[단독] LG폰 인수 큰손으로 ‘러시아 국부펀드’ 부상...이달 방한해 LG전자와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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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2-16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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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 고위 관계자, 코로나19 백신 국내 생산현황 점검

  • 약 25조원 규모 글로벌 투자 단행...‘러시아 국민브랜드’ LG전자 인지도 노린듯

LG전자가 지난달 스마트폰(MC)사업본부 매각을 공식화한 가운데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기금(Russian Direct Investment Fund, 이하 RDIF)이 새로운 인수후보로 부상했다. 러시아 내에서 LG전자의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만큼, LG폰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RDIF 핵심 경영진은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주 방한해 LG전자 관계자들과 만나 MC사업본부의 현황을 살피고 인수 협상의 물꼬를 틀 예정이다.

RDIF는 지난 2011년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러시아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nesheconombank)의 출자로 설립 당시 약 10조원 규모로 조성된 대형 국부펀드다. 그동안 중국투자공사(CIC), 쿠웨이트투자청(KIA), JBIC(Japanese Bank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등 대형 글로벌 투자기관들과 차례로 공동투자펀드를 설립했으며 현재까지 여러 파트너들과 1조5000억 루블(약 25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다. 출범 당시부터 CEO는 키릴 드미트리예프(Kirill Dmitriev) 대표가 맡고 있다.
 
RDIF, 표면적 방한 이유는 ‘스푸트니크 V’ 생산라인 점검
RDIF의 표면적인 방한 이유는 러시아 정부가 작년 8월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 V’의 한국 내 제조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RDIF 대표 [사진=아주경제DB]


RDIF가 개발비를 투자한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연구팀이 개발에 성공한 코로나19 백신으로, 국내 제약사(한국코러스)와 계약을 통해 작년 말부터 강원 춘천공장에서 위탁생산(CMO)이 이뤄지고 있다. 당초 질병관리청은 스푸트니크V 백신의 국내 도입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를 두고 바이오업계는 RDIF 관계자들이 방한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질병청이 러시아 정부 측과의 직접적인 협상 대신 RDIF 측과 백신 공급 여부를 타진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백신 위탁생산 라인을 살피는 것이겠지만, 지금까지 26개국에서 스푸트니크V 승인을 한 터라 RDIF 측이 러시아 정부를 대신해 한국 공급까지 타진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LG전자는 ‘러시아 국민 브랜드’…LG폰 인수 후 내수효과 노린듯
이번 방한을 통해 RDIF 관계자들은 백신 사업뿐만 아니라 LG폰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RDIF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러시아 국부펀드는 최근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바이오 관련 분야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도로와 철도·공항 등 SOC 투자를 비롯해 스마트 그리드, 이커머스, 배달, 물류, IT전자 사업까지 다방면에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RDIF는 기업 정보 보안 분야에서 선두인 러시아 인포워치(InfoWatch)그룹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 그룹은 타이가(Taiga)라는 스마트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RDIF는 당시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 생산 효과와 기업솔루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LG전자는 러시아에서 ‘국민 브랜드’로 통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1980년대 후반 ‘골드스타’ 브랜드를 시작으로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LG전자는 1990년 한·러 수교 이후 모스크바 지사를 설립했다. 이후 2006년 9월 한국 전자 기업으로는 최초로 모스크바에서 약 86㎞ 떨어진 소도시 루자(Руза)에 러시아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분에 “가전제품 중 어떤 브랜드를 알고 있냐”는 다수의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국민 10명 중 9명이 LG전자를 떠올리도록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특히 냉장고 시장 점유율에서는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이런 높은 선호도를 바탕으로 RDIF 측은 LG전자 MC사업본부를 인수해 러시아 현지에서 ‘LG폰의 부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폰 스크린(화면) 중 하나를 가로로 돌리는 형태의 새로운 폼팩터(기기형태) 스마트폰 ‘LG 윙’ [사진=LG전자 제공]

국내 기업 선투자로 ‘우회 인수’→IPO 노린듯...‘고용 유지’ 관건
RDIF가 LG폰을 인수하는 방식은 직접 투자 대신 우회 인수가 유력해 보인다. 러시아 국부펀드가 국내 기업의 경영을 직접 컨트롤하는 데 따른 물리적·시간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RDIF가 한국의 비상장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이 기업이 LG전자 MC사업본부를 인수한 뒤 IPO를 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MC사업본부 전체 대신 부분 매각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연구개발(R&D) 조직을 남기고 나머지만 파는 것이다. 이 경우 베트남 등 해외 공장과 지적재산권(IP)의 분할 매각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방식은 생산시설을 일부 남기고 매각하는 방식이다. 소니처럼 설계와 생산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럽과 대만·홍콩 등 일부 지역에서 스마트폰 사업 역량을 집중해 소규모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든 외국계 기업에 매각될 경우, 기존 임직원들의 ‘고용 불안’ 위기감은 고조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라 하더라도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고용 승계가 쉽지 않은데, '해고'가 자유로운 해외 기업에는 이를 매각 단서 조항으로 넣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LG폰 인수를 노리는 기업으로 구글, 페이스북, 폴크스바겐, 빈그룹 등이 점쳐지는데 이들 중 직접 미팅에 나선 곳은 없는 상황”이라며 “RDIF 측이 방한해 LG전자 관계자들과 만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러시아 측과 인수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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