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의 뉴 패러다임] 블랙록의 편지 한 통...ESG광풍을 불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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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입력 2021-02-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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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 및 투자 그리고 경영 업계에서 핫 이슈로 떠오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사실 새로운 개념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미 이에 앞서 책임투자(Responsible Investment, RI) 등 비슷한 개념들이 업계에서 통용되곤 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윤리투자의 기원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 기후변화 어젠다가 등장했고, 환경과 사회적 이슈가 경제적 이익과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임투자의 개념이 조금씩 정립되면서 ESG까지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ESG라는 용어는 유엔 산하의 자발적 기업시민 이니셔티브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가 2004년 발표한 공개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난해 초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최고 경영자(CEO)인 래리 핑크가 투자자들과 기업 CEO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투자 결정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고, 이후부터 기업들에 ESG 역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본격적인 열풍이 일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1월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서한이 화제가 되었다. 주주 서한과 투자기업 CEO 서한에서 블랙록은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이 투자의사 결정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임을 선언했다. 특히 주주 서한에서는 ESG를 고려하는 방식이 향후 블랙록의 가장 핵심적인 투자 모델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ES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홈페이지에 게재된 래리 핑크 회장의 2021년 연례 CEO 서한. [사진= 블랙록 홈페이지 캡처]

이뿐만 아니라, 세계 3위의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 역시 지난해 세계 주요국 기업들에 “ESG 기준에 뒤처진 이사회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주주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몬 회장은 “ESG 기준에 맞는, 지속 가능한 투자 자산의 비중을 계속 늘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기업경영에 지속가능성과 투명성 등을 요구하는 분위기 속에 각국 정부와 기관투자자들이 기업들을 압박하면서 이 같은 변화를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미국에서 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ESG 열기를 더욱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약 재가입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0) 달성 △청정 에너지에 2조 달러(약 2200조원) 투자 등 친환경 정책에 역점을 둔 공약들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새로운 바이든 경제팀에 블랙록 출신 인사들이 포진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ESG가 더욱 주목을 받는다는 분석도 있다. 사람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되었고 `착한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ESG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ESG 역량이 우수한 기업 혹은 이런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하는 펀드의 성과가 시장에 비해 우수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염병의 대유행과 같은 시장의 체계적 위험도 ESG 관리를 통해 낮출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올해 CEO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ESG에 대해 “대륙이 이동하는 정도의 거대한 흐름”이라고 언급하면서 “자본의 재분배, 자본의 이동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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