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 양극화 본격화되나…개도국·신흥시장 정부 부채 33년만에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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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1-02-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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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 양극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선진국과 달리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의 부채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세계은행(WB)의 피터 내글, 나오타카 슈가와라 이코노미스트가 작성한 '5가지 도표로 본 정부 부채에 대한 팬데믹의 함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개도국·신흥시장에 속한 182개국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0.8%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수치는 1987년 67.3% 이후 33년만의 최고 수준이다. 2019년의 52.1%와 비교해도 1년 사이 무려 8.8%포인트나 상승한 수준이다.

연도별로 보면 이 비율은 2008년 33.5%를 저점으로 2009년 38.5%, 2014년 39.9%, 2015년 43.5%, 2016년 46.3%, 2017년 48.1%, 2018년 49.8% 등 대체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최근 들어 증가세가 가팔라진 셈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경기부양 등 재정 지출 확대가 그 배경이라는 게 보고서 측 분석이다. 작년 6월 기준 개도국과 신흥시장의 추가 재정 지출은 GDP의 3.4%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역사적인 저금리로 부채에 따른 위험이 다소 완화될 수는 있지만 일부 국가의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을 맞거나 채무 고통(distress)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작년 9월 현재 69개국에 대한 '부채 고통 위험' 평가에서 '최대채무빈국(HIPC)'의 경우 42.9%가 고위험군에 속했다고도 전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에 'K자형 회복'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산업, 사회계층뿐 아니라 지역과 국가별로 경기 회복 속도가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K자형 회복 현상은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K자형의 세로 획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의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 모두가 동반 침체에 접어든 2분기까지의 시기다. 3분기부터는 회복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회복도가 높은 주체와 그렇지 못한 주체 사이의 격차가 위아래 45도 방향으로 벌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WB는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남미 국가들의 올해 1인당 국민소득 반등 폭이 2.8%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도 국민소득 상승 폭이 0.1%에 불과할 전망이다.

반면 올해 동아시아 지역의 국민소득은 6.8% 증가할 것이라는 게 WB의 예측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대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WB는 2022년 남미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11년보다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빈국과 부국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의 경우 중앙은행과 정부가 적극적인 통화·재정정책을 쓸 수 있는데 반해 개발도상국은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빈 브룩스는 "선진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국채를 발행하면서도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자칫 통화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사실상 제로금리를 한동안 유지키로 했기 때문에 개도국 중앙은행도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다소 덜 수 있는 상황이지만, 개도국들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주저하고 있다. 브라질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쓴 탓에 통화가치와 국채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올해는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도국의 수익원이 줄어든 것도 경제 정상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송금은 개도국이 달러를 얻는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꼽히지만, 지난해 7% 감소했다. 올해는 감소 폭이 7.5%로 확대될 전망이다. 관광산업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남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론소 세르베라는 "멕시코에서 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인플레이션이나 세금이 아닌 범죄와 부패, 관료주의"라고 지적했다.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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