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디파이 보고서] ① "가상자산 있는 한 전세계 영업 가능"…디파이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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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0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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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탈중앙화한 금융, '디파이(DeFi·Decentralized Finance)' 서비스가 국경과 규제의 제약을 초월한 거대한 글로벌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블록체인·금융투자 전문가들로부터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연구용역 결과물인 '블록체인 기반 혁신금융 생태계 연구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9일 현재 배포판 기준 블록미디어, 체인파트너스, 소셜인프라테크, 법무법인 르네상스, SK증권, 한화자산운용 소속 전문가들이 기획·집필·편집 참여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 보고서는 디파이 서비스의 정의와 이 시장의 생태계를 분석하고 비교적 낙관적인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파이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즉 핀테크(FinTech)의 일종이다. 핀테크 중에서도 가상자산만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금융서비스가 디파이로 정의된다. 핀테크 서비스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유형을 지칭하는 '블록체인 핀테크'의 경우 거래 기반이 기존 법정화폐를 연계하는 가상자산이라는 점에서 디파이와 구별된다.
 
"디파이, 블록체인 핀테크와 달라…법정화폐 연계 없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

보고서는 서비스 주도권이 금융기관에 있는지 여부와 거래기반의 종류 등에 따라 핀테크 유형을 1차부터 4차까지 나눴다.

1차 핀테크는 "관련 법령의 제·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 속에서 발전해 온 금융거래방식의 혁신" 결과물이다. ICT를 활용한 혁신금융 중에도 "모바일 기술의 발전,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금융기관에서 편리성 증대,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을 가져온 결과물"로 평가된다.

2차 핀테크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ICT기업 중심으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의미하는 '테크핀(TechFin)'이다. 지점이 필요 없는 인터넷은행,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가속화한 간편결제 사업자 출현, 대출상품을 투자시장으로 바꾼 P2P 금융, 금융서비스 자체를 100% 컴퓨터에 의존하는 사업모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역시 제도적 변화를 동반해 활성화됐다.

3차 핀테크는 블록체인 핀테크(Blockchain FinTech)다. 법정화폐 중심으로 운영된 1·2차 핀테크와 달리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한다. 보고서는 "13년의 역사를 가진 가상자산이 2020년 3월 24일 특정금융정보법에 최초 명시되면서 법률적 기반(확보)에 한걸음 다가갔다"며 "가상자산이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4차 핀테크가 바로 디파이다. 보고서는 "3차 핀테크인 블록체인 핀테크는 페이팔·비자 등 지급결제사업자가 가상자산을 지급결제수단으로 도입하는 것처럼 현실 금융서비스와 다소 연관돼 있다"며 "하지만 디파이는 현실 화폐·금융 경제와 연결되지 않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그 자체로 금융서비스를 창출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3차 핀테크인 블록체인 핀테크조차 현실에서 새로운 시도로 채 무르익지 않은 서비스지만, 4차 핀테크인 디파이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했다.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고 다소 실험적인 상황이기에 금융서비스라 칭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디파이는 빠른속도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새로운 금융의 탄생"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블록체인 기반 혁신금융 생태계 연구보고서의 전통금융서비스 vs. 디파이 금융서비스 개념도. [자료=KISA 보고서]

 
"본원통화 측정 지표 없지만 유니스왑 등 국경·제약 없는 전세계 서비스 잠재력 커"

디파이 서비스의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지만 실제 서비스 수요의 증가는 한계점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파이 예치자산 규모는 2년전(2019년 1월 1일) 대비 올해 1월 18일 기준 34배 증가했다. 작년 3분기 세계 가상자산 기업투자 36건 중 80% 이상이 디파이 대상이었다. 가상자산 이용자 과반은 디파이가 중앙화 금융을 대체할 거라 봤다. 바이낸스 창업자도 5년 뒤 디파이가 중앙화된 거래소 중심 금융서비스(씨파이·CeFi)를 앞지를 것이라 봤다.

보고서는 "그러나 디파이 시장의 예치금액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해당 서비스들이 발행하는 가상자산을 받기 위한 이른바 '이자농사'를 위한 목적이 훨씬 컸다"며 여러 사건사고는 "실사용보다 투기를 밑거름 삼아 성장해 온 디파이 서비스들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디파이 서비스 시장) 전체 예치금액은 계속 늘고 있으나 실제로 처음 예치된 본원통화가 얼마인지 정확히 측정하는 지표와 서비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산의 승수효과로 인한 시장의 급격한 팽창은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합성자산의 연쇄적인 청산과 시장 충격이 올 수 있으므로,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주지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향후 기대되는 시장 기회가 크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디파이 서비스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를 지원하는 '유니스왑(Uniswap)'의 사례가 제시됐다. 이 서비스의 거래량은 작년 6월 4일 기준 일 110만달러에서 12월 4일 2억9600만달러로 급등했고, 이는 2만8000여개 지갑으로 한국 돈 3000억여원의 거래액이 달성됐음을 나타낸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이 서비스의 하루 수수료 수입만 88만8029달러, 하나의 지갑에서 낸 거래 수수료만 하루에 30.87달러로 매우 높은 이용자당평균매출(ARPU)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니스왑을 비롯한 디파이서비스는 전세계를 상대로 영업한다"며 "가상자산을 기초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제약도 국경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서비스의 주체가 반드시 회사가 아니라 팀·개인일 수도 있는 규제 대상의 모호성, 서버가 없이 블록체인을 서버처럼 이용하기 때문에 추적이나 규제가 어려운 검열 저항성, 모든 거래가 P2P로 이뤄지기 때문이 이용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기술 한계 등으로 인해, 디파이서비스는 가상자산이 존재하는 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파이서비스 규모와 예치금액. [자료=KISA 보고서]

 
"기성 핀테크 '빈익빈 부익부'…새로운 금융 디파이 국가사업으로 육성해야"

각국 금융 제도권에 편입된 핀테크 분야에서는 이미 빈익빈 부익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전통 금융권 매출 일부를 빼앗아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의 움직임을 보면 시장 파이는 이미 정해져 있고, 이는 스타트업이 목표 이용자수를 달성한 이후 필연적으로 성장속도 둔화로 이어지게 만드는 배경이다.

보고서는 작년 2월 발간된 KISA 대한민국 핀테크 기업편람 기준 345개의 국내 핀테크 기업 가운데 2019년 5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뱅크샐러드 운영사 레이니스트, P2P대출서비스 테라펀딩 등 3사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작년 5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136곳 중 핀테크스타트업 비중은 2.2%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으로부터 8000억원 투자를 유치했고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카카오로부터 1600억원을 추가수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토스 운영사는 (기존 770억원 투자유치에 더해) 2000억원의 투자를 새로 받았다"며 핀테크 산업은 스타트업보다 큰 회사 위주로 재편되는 경향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봤다.

디파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자는 주장이 이어졌다. 보고서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로 주요국 가상자산 거래가 안정화될거란 점, 디파이 시장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점, 처음부터 전세계 대상으로 영업이 가능한 점, 특금법 시행 후에도 세계 시장을 상대할 수 있다는 점, 전통 금융 기반 없이 ICT경쟁력으로 도전 가능한 점, 화폐의 디지털화 후 전통 금융업의모습도 크게 바뀔 거란 점을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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