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퍼주기' 이번에도 정치권에 밀리나… 기재부 사기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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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1-02-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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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남기 부총리 "보편·선별 지원 동시에 하는 것 받아들이기 어렵다"

  • 민주당 "재정 역할 확대할 때"… '사퇴 요구' 주장도 나와

홍남기 부총리가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해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여당에서는 홍 부총리를 '정무직 공무원'으로 지칭하며 압박했으며, 홍 부총리는 "절제된 표현을 했다"며 맞섰다.

상황을 지켜보는 기재부 내부에서는 "선을 넘었다"는 격앙된 반응과 "결국 이번에도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하지 않겠느냐"는 자조가 동시에 쏟아졌다.

홍 부총리는 3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 참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대표가 연설 중 추경과 재난지원금 관련 말씀을 했는데 정부의 입장과 이견이 있는 사항이 확정된 걸로 전달될까봐 재정당국의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며 "숙고하고 절제되게 표현했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홍 부총리는 "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페이스북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가 '감정에 북받혔다'거나, '울먹였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으나 기재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추가적으로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홍 부총리가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지급안에 반기를 들자 여당은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생의 고통 앞에 겸허해지길 바란다"며 "재정의 역할을 확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도 "'한가한 소리'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재부는 전쟁이 나도 재정건전성을 따지고 있을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공개 반박한 것은 잘못된 행태"라며 "즉각 사퇴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홍 부총리는 그 동안 중요한 경제 지표가 나오거나 추경 등 굵직한 사안이 있을 때 페이스북에 전체 공개로 글을 올려 왔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여당이 선을 넘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지난달 23일 이 대표가 "기재부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다"라는 표현에 불쾌감을 표현했던 것의 연장선상이다. 그보다 앞서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홍 부총리를 향한 비판을 정치적 선동이라고 봤던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기재부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4차례 추경을 편성하고 매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는 등 숨가쁜 1년을 보냈다. 예산실 사무관이 격무에 시달리다 쓰러지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고생을 알아주기는 커녕 "민생을 외면한다"는 질타에 연초부터 사기가 꺾였다는 전언이다.

홍 부총리가 페이스북에 "기재부 직원들의 뛰어난 역량과 고귀한 열정, 그리고 책임감 있는 사명감과 사투 의지를 믿고 응원한다"고 쓴 것도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무관은 "홍 부총리가 비판받을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외부에서 '정무직 공무원'을 운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며 "토론과 논의 없이 여당 뜻에 따라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맹비난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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