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댁의 반려동물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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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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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노호텔&리조트 제공]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사람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본성을 파악할 수 있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한 말이다. 

최근 배우 A씨가 때아닌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반려견·반려묘와 함께 전원주택에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전파를 탄 직후 비난에 직면했고, 급기야는 '상습 파양' 논란까지 불거졌다.

방송 내용만 놓고 봤을 때도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그가 키우는 반려견이 대형견인 골든리트리버임에도, 강아지의 우리는 턱없이 협소했다는 점, 집 마당이 넓은데도 산책을 시키거나 놀아주지 않고 혼자 여가생활을 즐기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배우를 비난했다. 물론 그는 "예방접종을 다 완료하지 못해서 강아지를 바깥에 데리고 나올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좋다. 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그는 어린 강아지를 입양한 이유로 "외곽으로 이사를 오면서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무서워서 키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소 무척 좋아했던 배우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강아지를 평생 함께할 소중한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었나. 그가 강아지를 입양한 목적이 '본인의 무서움과 적적함을 해결하기 위함'이었을까. 만약 전원생활을 청산하고 도심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마음을 괴롭혔다. 

방송이 끝난 직후, 결국 문제가 터졌다. 동창이라고 밝힌 네티즌 B씨가 A씨의 상습 파양 사건을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B씨는 "과거 여자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 키우던 강아지의 종류를 바꿨다고 무심히 말했다"며 "동물 사랑하는 퍼포먼스는 진짜 안 했으면 좋겠다"고 배우를 저격했다. 

논란은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배우 A씨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하는 거짓말"이라며 반박했으나, 네티즌의 화살은 이미 A씨를 향해 있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A씨는 결국 자신의 SNS에 "파양에 대해 부인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인생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것은 잘못된 일이 맞다. 제가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너무 안타깝고, 스스로한테도 아픈 일이다"라며  파양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 

한 연예인의 사례를 들었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문제는 비단 A씨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펫팸족 1000만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다수는 반려동물을 각자의 목적에 따른 '도구'로 인식한다.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이면에는 여전히 '펫숍'을 통해 반려동물을 사고 파는 행위도 만연하다. 필요에 의해 사들이고, 필요 없어지면 유기하고 학대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과거 동물 훈련사 강형욱씨는 "반려동물을 키울 때는 많은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경제적) 여유도 있어야 하지만, 내가 가진 (마음의) 여유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여건이 안되면 더 좋은 곳으로 보내면 된다'라고 안일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반려동물한테 보호자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고 조언했다. 

강형욱씨가 한 이야기를 모두가 꼭 명심했으면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을 때는 막대한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때 책임감과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보다 그 어떤 목적이 앞서는 순간, 반려동물은 소중한 생명이 아닌, 사람의 효용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기존 동물보호법의 처벌 기준이 강화된 '동물보호법'이 지난해 2월 12일부로 시행 중이지만, 여전히 학대받고 고통받는 반려동물의 환경을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것에 안도해본다. 반려동물은 효용과 효율이라는 잣대가 적용돼선 안 되는, 그 자체로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우리부터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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