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북핵셈법 달라진 남북미..대화채날부터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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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입력 2021-01-2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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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18년 이후 북·미대화와 남북대화가 병행하며 한반도 평화를 만들던 양상이 새 판짜기에 들어갔다. 변화의 원천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다. 트럼프는 기행과 일탈을 반복했지만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돌파력은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원점에서 맴돌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복귀를 선언하며 대내외 정책에서 트럼프 지우기에 올인하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 와중에서 8차 당대회를 개최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홀로서기와 국방력 강화, 자력갱생으로 버티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마지막 해를 맞이하여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재가동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북핵문제에 대한 인식, 목표, 방식, 수단에 대해서 남북미의 셈법이 복잡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극복, 경제회복, 동맹과 다자주의의 복원 등 현안과 함께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였다. 블링컨 국무부장관은 북핵문제를 검토하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쟁점은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와 단계적 비핵화라는 현실적 대안을 어떻게 조합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란 핵합의의 단계적 비핵화가 재조명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실무협상을 통해 밑그림을 마련하는 보텀 업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동맹인 한국, 일본의 입장과 중국 등 관련국의 입장을 조율하는 데 공을 들일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를 유지하되 외교적 방법을 모색하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특히 이란 핵합의를 참고하여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되,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스냅백 조항을 북한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탐색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핵무기의 고도화를 천명함으로써 핵을 담보로 체제안보를 도모하겠다는 점을 명확히했다. 핵억제력을 과시함으로써 경제적 열세를 극복하고 자력갱생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대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서 핵군축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북한의 구도대로라면 핵협상은 지루한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개인적 관계에 의해서 국제적 조명을 받았던 기억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막판까지 트럼프의 재선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제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관망하면서 강대강, 선대선으로 대응하겠다는 상대적 대응론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의 상대적 대응론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가 한반도정세를 가늠하는 방향타가 될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후 제재해제에 대한 기대를 일단 접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의 징표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한국의 첨단무기도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안보위협 해소에 중점을 둠으로써 협상의 틀을 바꾸려는 것이다.

북·미가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이끌면서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장을 열려고 했던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국의 입장은 비핵화를 추구하되 현실적으로 단계적 비핵화에 의해서 평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핵협상을 진행하는 것과 함께 남북협력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정상외교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중요하지만 실무협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북·미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 2018년과 같이 한국이 촉진자 역할을 다시 발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종전선언을 통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방역협력, 인도적 협력 등을 추진함으로써 남북간 신뢰가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북핵문제 해법에 대한 남북미의 입장차를 줄이고 최소한의 접점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 한·미협의를 통해 대북정책의 플랫폼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포르선언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를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찾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이행조치에 상응하여 북·미 관계개선, 평화체제 전환, 인도적 문제 등에 대한 로드 맵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계적 비핵화,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인도적 문제 등의 상호조치를 엮는 조합이 될 것이다. 이러한 로드 맵을 중심으로 북·미 실무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디딤돌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개최하여 북한이 강조하는 근본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조정, 남북군비통제 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아울러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 남북실무그룹을 구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남북간 긴급한 협력사안과 향후 단계적 추진사업에 대해 이행계획표를 만들어야 한다.

날씨가 약간 풀렸지만 아직 추위가 남아 있고, 꽃샘 추위도 기다리고 있다. 봄기운이 완연하기까지 스산한 바람을 이기기 위해 옷매무새를 고치고 마음을 다져 먹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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