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 칼럼] ​'공매도 논쟁' 속 이카로스 날개가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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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입력 2021-01-2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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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증권사 공매도 전산화 의무화 주장하는 민주당 박용진 의원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증권사 공매도 전산화 의무화와 처벌강화로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신축년, 2021년에도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여전히 열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가 기록적인 순매수를 이어가며 주가가 전고점을 연이어 깨는, 전인미답의 길에 있다. 상승세가 지나치다는 우려와 더불어 코스피 2000pt 후반부터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많을 것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당장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를 비롯한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크든 작든 핸디캡을 안고 있는 정치권은 주식시장의 표심에 민감한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시행한 공매도 금지 기간 만료일이 3월로 다가오자 공매도 재개와 연장, 폐지에 대한 논쟁이 시끄럽다.


언론이 이런저런 주장을 전하고 있으나 대체로 공매도를 반대하는 개인투자자 목소리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공매도는 ‘불필요한 악’이라는 분위기다. 필자는 약 30년, 금융투자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개인은 물론 공매도를 많이 활용하는 법인투자자의 자산관리를 경험했다. 이에 일부 개인투자자에게 불편할 수 있겠지만 ‘공정한 금융투자’를 고민하는 필자도 공매도 논쟁에 한마디 보태 본다.

공매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주장을 포털, SNS, 기사를 통해 검색할 수 있다. 요약하면 주로 공매도로 피해를 보았다는 개인투자자가 폐지를 주장하는데, 공매도 제도가 개인이 접근이 어렵고, 기관 투자자와 비교해 이용 조건, 비용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한편 공매도의 긍정적 효과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즉시 가격에 반영하여 주식가격을 ‘적정한 가격’에 가깝도록 조정하는 - 이것은 시장 효율성의 판단 기준이다 - 기능이 있고, 조정 과정에서 시장 거래 즉, 시장 유동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공매도를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 포털’이나 자본시장연구원의 2017년 보고서, ‘공매도 규제효과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을 추천한다.

공매도는 왜 주식시장 논쟁에 단골 메뉴인가? 먼저 공매도 제도는 역사적으로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고 있다. 1969년 도입된 공매도는 상당 기간 주목받지 않다가, 1996년 기관투자자의 주식 대차(공매도)가 허용된 후,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가 ‘무차입 공매도’를 악용해 대형사고를 일으키며 악역으로 등장했다.


이후 2013년 셀트리온과 공매도 세력 대결, 2016년 한미약품 늑장 공시와 공매도로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보며 공매도는 ‘불필요한 악’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여기에 공매도라는 용어도 ‘공짜’ 또는 ‘무위험’ 매도를 이용한 부정한 매매 이익을 연상시키는 부정적 선입견을 만든다.

계속되는 공매도 문제점 제기로 금융위원회는 공매도를 잠정 중단하거나 공매도 거래를 투명화하는 조치를 반복해왔다. 최근에는 법 개정을 통해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고 공매도 거래의 상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입법예고 했다. 제도로서는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가 설 곳을 완벽하게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은 자본시장 선진국들보다 과도하다 할 만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매도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 폐지를 청와대 청원까지 제기했다.

그러면 한국거래소 시장에서 공매도를 폐지하면, 개인투자자에게 마냥 호재로 작용할까?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먼저 자본시장의 설계 관점에서 보면 공매도는 신용거래에 대응하는 제도로 도입했다. 신용거래가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는 것이라면, 이를 상쇄하고 균형을 맞출 목적으로 주식을 빌려 팔 수 있도록 한 대주(공매도)를 1969년 동시에 도입했다.

시장은 매수와 매도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각한 가격 왜곡이 발생한다. 시장 역학 관점에서 공매도 거래를 제거하려면 신용융자 등을 비롯한 레버리지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하는 제도도 폐지해야 균형이 맞는다. 그러나 이때 시장은 변동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투자자가 참여할 유인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최근까지의 폭발적인 개인 매수세는 신용거래가 원인으로 알려진다. 만약 신용거래가 사라지면 지금처럼 코스피가 3000pt를 유지할지 의문이다. 변동성이 급격히 줄면 – 이에 따라 유동성도 줄어든다 – 외국인은 물론 기관투자자도 한국 거래소에서 거래 규모를 크게 줄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공매도 폐지로 적정 시장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하는 것은 더욱 심각하다. 선진국 자본시장에서도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비판은 늘 있지만, 투명성을 강화하거나 가격 급락 방지를 위해 공매도를 일시, 부분 규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처럼 장기적, 전면적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 공매도가 가지는 ‘적정 가격’ 형성에 대한 긍정적 기능 때문이다.

한국 주식시장도 이미 세계화되어 있기 때문에 주식 가격의 적정성 미흡 즉, 비효율적인 시장이라는 의심을 받으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 투자자가 학수고대하고 있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고사하고 MSCI EM 지수에서도 비중이 축소되거나 제외되는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글로벌 투자 기준에서 특정 시장의 개인투자자만을 위한 자정(自淨) 시스템의 제거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고 오히려 시장 포퓰리즘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 결과 주식시장의 성장 한계가 만들어진다면 국민적 재테크 수단의 약화라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2020년 2월 이후 개인투자자는 드라마틱한 주식시장 변화를 연출하고 있다. 주가의 초단기 급등을 추종하며 주식 보유 규모를 키운 개인투자자에게 기관투자자의 공매도는 좋게 보일 리 없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주가 상승이 가져오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투자에 참여한 국민들에게 큰 위로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 공매도는 분노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러나 공매도가 없더라도 경제 시스템은 주식 가격이 균형으로 회귀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지금처럼 과다한 주가 상승은 속도 조절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유념해야 한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인 이카로스에게 날개를 달아주며 제우스의 노여움이 위험하니 너무 높이 날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이카로스는 비상(飛上)에 취해 올림포스 신전을 그리며 높이 올라가다가, 날개를 붙인 밀랍이 태양열에 녹아 추락하고 만다. 그가 추락한 바다가 바로 ‘이카리아’다. 주가 3000pt 시대를 당연히 축하해야 하지만, 이카리아 바다 위의 신기루, 올림포스 신전을 좇다가 너무 높은 곳에서 ‘공매도 논쟁’을 하는 것은 아닌지 고도를 점검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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