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A] 말레이시아 수도권 공장에서 집단감염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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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하타 아이코 기자/ [번역] 이경 기자
입력 2020-12-2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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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장갑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에 대한 긴급점검에 동행한 사라바난 인적자원부 장관(가운데). =21일, 슬랑오르주 카잔 (사진=인적자원부 제공)]


말레이시아 수도권 클랑밸리의 공장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감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종업원 5000명 이상이 감염돼 말레이시아 최대 집단감염지가 된 탑 글로브를 비롯해 최소 4개사의 공장이 집단감염으로 조업이 중단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고용하고 있는 공장의 기숙사 환경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탑 글로브는 슬랑오르주 클랑에 위치한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에서 최초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종업원 전체에 확산, 주 내 28곳의 공장조업이 일시 중단됐다. 이 밖에도 22일까지 고무장갑 제조사 코싼 러버 인더스트리의 클랑 공장에서 990명, 자동차 시트용 피혁제조사 펫카(PECCA)그룹의 쿠알라룸푸르공장에서 246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코싼 러버는 16~30일, 펫카는 21~27일 기간 감염이 발생한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일본계 파나소닉의 현지공장에서도 세 자리 수 감염이 확인됐다. 파나소닉 매뉴팩처링 말레이시아는 슬랑오르주 샤알람의 생산거점 두 곳의 종업원 2137명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116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역 보건국의 지시에 따라 21~23일 공장조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나, 23일 조업중단을 27일까지로 연장했다. 다만 검사결과 전체 감염자 수는 116명으로 확정돼 추가 확진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나소닉 본사 홍보관계자에 의하면, 동 공장은 실링팬(천정 선풍기), 환풍기를 비롯해, 밥솥 등 소형가전을 생산하고 있다. 파나소닉의 생산거점 중 규모가 큰 편은 아니며, 제조품목의 시장규모도 작은 편이기 때문에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경미하다"고 설명했다.

코싼 러버는 23일, 공장의 조업중단으로 연간생산능력이 약 1.5% 저하되나, 4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세계적인 콘돔 제조사 카렉스, 고무장갑 제조사 하탈레가(Hartalega) 홀딩스도 각각 종업원 35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 외국인 노동환경, "현대판 노예"
이번에 집단감염이 확인된 회사들은 확진된 종업원들의 국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감염자 중에는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국인 노동자는 회사가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으며, 기숙사의 열악한 환경은 인권침해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탑 글로브 등의 사례에서, 공장에서 코로나 감염이 확산된 주요 요인은 '밀집, 밀폐, 밀접'되고 비위생적인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 있다고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9월, 1990년에 제정된 노동자 주택 최저기준법을 개정하는 등 노동자 기숙사와 주택의 최저기준을 상향, 이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3일자 말레이시안 리저브 등에 의하면, 사라바난 무르간 인적자원부 장관은 국내의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90% 이상이 법규 위반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고무장갑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 작업환경에 대해, "현대판 노예"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말레이시아 인적자원부 노동국은 21일, 슬랑오르주 카잔의 고무장갑 공장들의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에 대해 긴급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회사 부지에 설치된 수송용 컨테이너에서 다수 노동자가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화장실에서 수도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좁은 방에 밀집상태로 거주하고 있고, 매트리스가 없는 침대가 제공되는 등 비참한 실태가 잇달아 밝혀지고 있다.

존 추 말레이시아 의사회 전 회장은 공장에서 코로나 감염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생활환경 개선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며, 감염 확인 후 노동자가 도주하면,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의 생활환경 개선이 유일한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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