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블랙아이스' 사고 방지한다더니 기초조사부터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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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2-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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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원, 도로·고속철도 안전관리실태 감사 결과 발표

  • 국토부, 부정확한 자료로 결빙 취약구간 평가·지정해

  • 결빙 취약구간 410개소 중 88개 점수 잘못 입력·평가

  • 결빙 취약구간 지정대상 59개소 중 68% '40개' 누락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블랙 아이스(Black Ice)’로 인한 다중 추돌사고가 동시에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도로 위의 암살자 ‘블랙 아이스(결빙)’ 사고 방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초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안전·생명과 연결되는 업무를 잘못 입력된 정보와 평가에 맞춰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도로포장의 결빙은 겨울철 대기 온도가 갑자기 떨어질 때 도로 포장면에 있던 수분이 얇게 얼면서 생기는 것으로 살얼음 또는 ‘블랙 아이스’라고 불린다. 운전자가 결빙을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주행하던 차량의 제동거리가 증가하는 등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연간 전체 교통사고의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1.9%이다. 반면 겨울철(11~3월) ‘블랙 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2.7%에 달할 만큼 심각하다.

감사원은 17일 ‘주요 사회기반시설(도로·고속철도) 안전관리실태’ 감사 결과보고서를 발표, 국토부의 결빙 취약기간 평가 및 지정이 부적정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7일까지 한 달간 국토부의 결빙 취약구간 지정 및 안전시설 확충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시행, 결빙 취약구간 평가·지정의 적정성과 결빙사고 예방을 위한 도로포장 시공의 적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국토부는 각 도로관리청이 임의로 판단·제출한 결빙 예상구간만을 대상으로 평가하거나, 잘못 입력된 기초자료를 검증하지 않는 등 결빙 취약 구간을 부정확하게 평가,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상주영천고속도로(2019년 12월 14일, 사망 6명·부상 26명·차량 29대 파손), 국도 33호선(1월 6일, 41중 추돌) 등에서 발생한 결빙사고 방지를 위해 지난 1월 7일 ‘겨울철 도로교통 안전 강화대책을 정부 합동으로 수립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 아이스 사고 발생 후 각 도로관리청(도로관리자)이 고속도로와 국도를 대상으로 상습 취약구간을 전면 조사해 도로시설 및 기하구조 특성을 입력·제출하도록 했다.

또 제출된 자료를 ‘결빙 취약구간 지정 평가 배점표’에 따라 평가해 평가 결과 50점 이상인 구간을 결빙 취약구간으로 지정했다. 국토부가 지정한 결빙 취약구간은 전국 고속도로 216개소, 국도 194개소 등 총 410개소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지난 1월 8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서창 과선교를 결빙취약도로 현장을 방문해 겨울철 도로결빙에 따른 안전관리실태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제공]


결빙 취약구간은 운전자 등이 결빙 취약구간을 미리 알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안내표지판 등 안전시설을 설치·관리하는 사업의 대상 지역이다. 감사원이 각 도로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취합해 계산한 결과 오는 2022년까지 해당 사업에는 1699억여 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토부가 추정한 예산은 2420억원이었다.

그런데 국토부는 수천억 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각 도로관리청이 임의로 취약하다고 판단해 제출한 도로 일부 구간만을 결빙 취약구간 대상으로 평가했다.

각 도로관리청이 ‘3일간’이라는 촉박한 제출 기간으로 인해 도로 전체구간에 대한 기하구조 특성 등을 정확히 조사·입력하지 못하거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이 평가항목 배점을 잘못 입력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평가해 결빙 취약구간을 지정했다는 얘기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정한 410개소 중 결빙사고 이력이 있는 지역이나 응달지역 평가항목 점수를 잘못 입력·평가한 곳은 총 88개로 집계됐다. 또 결빙 취약구간 지정대상 59개소 중 결빙 위험이 있는 40개소가 누락됐다. 아울러 기존에 지정됐던 결빙 취약구간 총 21개소 중 2개는 지정대상 기준 점수에 미달했고, 6개소는 구간 범위 및 연장 차이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국토부의 부적정한 결빙 취약구간 평가지정업무로 “결빙사고 우려가 있는 구간이 결빙 취약구간 지정에서 누락돼 관리 사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빙 취약구간에 설치하는 각종 사고예방 시설이 불합리하게 설치되는 등 결빙사고 예방사업의 실효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장관에게 “결빙 취약구간 평가․지정업무를 철저히 하고, 결빙사고 예방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도로시설 구간을 평가 대상에 포함하라”면서 “정확한 기초자료를 확보하여 결빙 취약구간을 재평가․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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