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 투기세력의 경영권 개입에 무방비···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예신 기자
입력 2020-12-11 00:1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경제계, 기업규제법 통과에 "기업 옥죄기" 한목소리

  • "해외 자본 등 투기 세력의 경영권 개입 급증할 것"

 

[아주경제DB ]


 

"상법개정안은 글로벌 트렌드 벗어난 법안으로 기업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겁니다. 해외 자본이나 투기세력들의 경영권 개입이 노골적으로 나타날 거고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소극적인 투자에 나서겠죠. 결국엔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대한민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겁니다." 

10일 경제계 관계자들은 이번 상법개정안 통과로 국내 기업들은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더 무력해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기업규제(공정경제) 3법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전에도 해외 투기자본 세력들이 국내 대기업 경영권을 공격하거나 단기 시세차익을 거둔 뒤 되파는 소위 '먹튀'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룰을 통해서 경영활동 위축, 기업 기밀 유출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은 상장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했다. 다만 사외이사인 감사를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 의결권을 인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안을 통해 펀드나 기관 투자자는 더 적은 지분으로도 연합을 통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해외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 공격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의 SK 경영권 공격 같은 사례가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버린은 지난 2003년 SK 주식 14.99%를 확보해 3% 이내 지분을 보유한 5개의 펀드로 분산시켜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을 행사하려했다. 소버린의 요구는 SK경영진의 사퇴와 독자적인 이사 후보 추천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최태원 회장 등 최대 주주는 3% 의결권 밖에 행사하지 못했다.



최태원 회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호 지분을 끌어오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6000억원을 지원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은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지주회사 격인 SK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1조3000억원을 투입한 SK텔레콤의 주식 가치 하락과 함께 자회사인 SK글로벌의 주가 하락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거기에 2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 소버린은 투자액의 6배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둔 뒤 SK 지분을 되팔고 철수했다.

앞서 전에도 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 지분 6%를 인수, 다른 펀드와 연합해 지분율을 10%까지 확보해 경영진 교체와 배당금 확대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타이거펀드는 분쟁으로 주가가 오르자 지분을 매각해 630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2006년에는 미국계 자본 칼아이칸이 KT&G 주식을 매입하고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한 뒤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1500억원의 수익을 빼먹고 떠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엔 현대차 지분 3%, 현대모비스 지분 2.6%를 보유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8조3000억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하고 중국 자본의 지지를 받던 경쟁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내기도 했다. 엘리엇은 주주들의 반대로 지분을 정리하며 철수했지만,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가 도입될 경우 앞으로는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의 우리 기업 사냥은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상법개정안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에 직격탄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3%룰 등 상업 개정안 내용을 보면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상법개정안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무력화 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상장협의회 관계자는 "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3%로 의결권이 제한되고, 외국계 투기자본은 대주주보다 훨씬 적은 주식수로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며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은 1주 1의결권 원칙에 따라 다수의 주식이 결정한 방향에 따르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다"라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소수주주권의 선택적용으로 외국계 펀드나 경쟁세력들이 기업의 1~3% 주식만 보유하고 있으면 단 하루 만에도 주주제안, 다중대표소송, 이사 감사의 해임청구권 및 회계장부열람청구권 등을 요구할 수 있어 헤지펀드가 활개하는 법으로 변모됐다"며 "이번 법 개정은 상장회사가 국가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쓸 여력을 투기자본의 방어에 소모하게 만드는 비합리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