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동vs바이든의 중동] ①갈팡질팡 미국에 속 타는 이스라엘, 눈치 보는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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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1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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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브라함 협정→이란 핵협정'...바이든 당선에 중동정책 중심축 이동

  • 지역 주도권 눈치 보는 네타냐후와 빈 살만...트럼프·로하니는 울화통

"2021년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5개월뿐이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바이든 인수위원회에 제시한 기한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이란 핵협정(JCPOA) 복귀를 원한다면, 과거 합의에 참여했던 온건파 성향의 하산 로하니 현 이란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관건은 이란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선 제재 해제'다.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이란과 '선 합의 후 제재 해제' 여부를 놓고 시간을 끈다면, 재협상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재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 탈퇴와 제재 복원,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경제난에 빠지면서 반미 정서가 더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내년 6월 치러질 이란 대선 결과, 이란에는 강경한 반미 보수 정권이 들어설 공산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사진=AFP·연합뉴스]

 
'아브라함 협정→이란 핵협정'··· 중심축 옮기는 美 중동정책

지난 11월 3일 치러졌던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의 승리는 국제 정세에 또 다른 중대한 변화를 의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회심의 카드'로 이스라엘을 전면에 내밀며 30년 만에 중심축이 뒤바뀌었던 중동 정세가 또다시 단번에 뒤집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레인 등 당사국을 불러들여 국교 정상화 협정식을 성대하게 거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아브라함 협정'이라고 치켜세우면서 '2000년간 피를 흘리며 싸웠던 두 형제(유대 민족과 아랍 민족)의 극적인 화해'를 연출했다.

실제, 아브라함 협정은 아랍 민족 국가들의 공공의 적이었던 이스라엘을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신할 미국의 역내 대리자로 내세우며 중동 정세의 격변을 예고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막대한 경제·기술·군사 지원을 약속해 걸프 지역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을 자신의 편에 서게 했다.

이는 중동지역 종교 분쟁의 구도를 이슬람교와 유대교의 싸움이 아닌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이슬람 내전으로 틀어버렸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시점부터 중동 지역의 적으로 지목된 이란은 '시아파의 수장'으로서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지난 9월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평화협정 서명식에 참여한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외무장관(왼쪽부터). [사진=AP·연합뉴스]


그러나 올해 트럼프의 재선 실패와 '이란 핵협정 복귀'를 강조하는 바이든의 백악관 입성으로 아브라함 협정은 출범 두 달 만에 동력을 잃어버릴 모양새다.

바이든의 당선 이후 이란도 이란 핵협정 복귀를 시사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국무회의에서 "이제 미국 행정부가 과거의 실수를 보상하고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는 길로 돌아갈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으며, 같은 달 18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미국과의 조건 없는 협상이 가능하다"고까지 피력했다.

다만,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협정에 재참여할 경우 구도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미국-유럽연합(EU)-이란을 주축으로 한 '국제 분쟁' 구도를 벗어나, 협정에 중동국가들을 추가해 '중동 지역 내부 문제의 해결' 맥락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이렇게 되면 '서구 세력의 지역 간섭'이라는 비판을 막아낼 구실도 생기고, 아랍 국가 내부의 반미 정서도 노려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이란핵협정(JCPOA) 체결식 당시 모습.[사진=미국 국무부]

 
주도권 눈치 보는 네타냐후와 빈살만··· 트럼프·로하니는 울화통

이와 같은 변화가 가장 달갑지 않은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드디어 역내 주도권을 쥐는 한편, 각종 비리 사건으로 부패 혐의 재판을 받으면서 맞은 국내 정치 위기까지 해소하려 했던 네타냐후의 정국 구상엔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차기 행정부가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유산을 뒤집는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순 없다는 입장인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결국 지난달 27일 이란의 핵 개발 핵심 인사인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란은 즉시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으며, 뉴욕타임스(NYT) 역시 미국 관료들의 말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의 묵인 아래 이스라엘이 실행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미국 국무부에서 핵 비확산을 담당했던 전직 관료인 마크 피츠패트릭은 "파크리자데 암살은 이란의 전쟁 잠재력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닌, 외교를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NYT 역시 "이란 핵협정을 되살리려는 바이든 당선인의 노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교 성지인 '메카의 수호자'로서 아랍 민족의 맹주 역할을 해왔던 사우디는 눈치를 보고 있다.

망명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등으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면서 아브라함 협정 체결 과정에서 역내 주도권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고스란히 헌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로의 정권 교체는 이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으로 보이는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 협정 서명도 미루고 있다.

묵묵부답인 사우디를 향해 지난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촉구하기도 했으며, 네타냐후 총리 역시 극비로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기도 했다.

이란 역시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파크리자데 암살로 더욱 격해진 민심을 달래는 한편, 자칫 향후 협상을 망칠 수 있는 과격 대응을 자제하면서 바이든의 핵협정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을 규탄하는 시위대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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