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공조, 또 가시밭길?…韓 '남북경협'에 美 "안보리 결의 이행" 제동

정혜인 기자입력 : 2020-11-25 09:09
美 국무부 "유엔 회원국, 제재 결의 이행 의무 있다"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라인 "섣부른 제재 해제 NO" 이인영 "정부와 기업 함께 남북 경제협력 준비해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부-경제계 인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복원 방안으로 ‘경제협력’ 카드를 꺼내자 미국은 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이행을 앞세워 제동을 걸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이 장관이 경제계 인사 간담회에서 남북 경협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고 2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이어 국무부는 “우리(미국)는 앞으로도 모든 유엔 회원국이 제재 결의를 이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지난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 방북길에 올랐던 경제인 특별대표단 등을 대상으로 경제계 인사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남북 경협은 먼 미래라기보다는 예상보다 좀 더 빠르게 시작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 미국 정권 교체를 앞둔 한반도 정세 변화기에 정부와 기업이 남북 경협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우리 정부의 포괄적 단계적 비핵화 접근법과 많은 부분에서 조응한다”면서 “이런 것이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우리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비핵화 협상이 진전이 있고, 이런 과정에서 대북제재의 유연성이 만들어지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우리로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앞서 북한을 남북 간 협력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적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아주 작지만, 호혜적인 경협 사업들을 발굴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기존에 추진했었던 북한 지역 개별관광, 철도·도로 연결사업, 개성공단 재개 등도 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신한용 개성공단 기업협회장은 최근 통화에서 과거 남북 관계가 지지부진했을 때도 남북 간 협력이 이뤄졌다면서 경협을 통해 남북 관계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 장관의 생각에 동의했다.

이 장관은 정권 교체에 따른 미국의 대북정책 공백기에 대비해 남북 교류 재개 방안 모색 등 남북의 시간 되살리기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시어터' 극장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가 연설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당선인이 최근 외교·안보 주요 인사를 ‘대북강경파’로 지명, 향후 한·미의 대북공조에 ‘먹구름’이 끼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각각 차기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했다.

특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톱다운(Top down·하향)’식 대북 문제 접근법을 줄곧 비판해왔다. 또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을 쥐어짜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경제 압박을 해야 한다”면서 대북제재 강화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칼럼을 통해 ‘북한의 빈말을 믿고 제재 해제를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두 사람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로,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이란식 해법으로 풀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이란 핵합의는 핵 활동 제한과 제재 해제를 단계적으로 교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지난 9월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핵합의 성과를 언급하며 “북한과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2016년 5월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이란에 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란식 해법이 북핵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북한은 혈맹관계로 불리는 중국과 전통 우호국인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란은 제재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만큼 제재 강화가 효과가 있었지만, 북한을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이란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재를 강화하면 오히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도발에 나서는 돌발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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