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바이드노믹스'에 숨겨진 2가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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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입력 2020-11-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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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교수]



바이드노믹스, 수렁에 빠진 미국경제를 건질까?

기세등등하게 등장했던 기업인 출신 트럼프 대통령은 쓸쓸한 퇴장만이 남았다. 정치꾼들에 신물이 난 미국인들이 혹시나 해서 장사꾼으로 갈아탔지만 뒤끝이 안 좋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역시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를 찾아 가는 것이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존경받는 자유 민주주의국가의 리더 미국은 간데없고 미국을 전 세계 크고 작은 나라와 사사건건 맞붙어 싸우는 싸움닭으로 만들었다. 코로나를 감기쯤으로 오판해 100년 만에 최악의 경제를 만들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서 세계 최대 확진자와 최대 사망자를 만들었다.

40년 정치꾼 출신 바이든이 등장했다. 비정상으로 간 미국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공약을 보면 트럼프와 정반대다. 지난 트럼프 4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미국이 기다리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우선순위를 보면 내치 우선, 외교 후순위다. 첫째가 코로나 방역이고, 둘째가 경제 살리기, 셋째가 인프라 투자, 넷째가 중국 견제다. 외교정책의 기조변화는 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다.

미국경제를 일으켜 세울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를 보면서 희망과 기대도 있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이 있다. 바이든의 정책에 두 가지의 함정이 보이기 때문이다. 바로 동맹의 함정, 녹색경제의 함정이다.

미국, 자기를 돕는 자만 돕는다

미국의 외교정책 기조인 '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 전략을 보면서 드는 걱정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지만 미국은 자기를 돕는 자만 돕는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동맹의 강화'는 확실한 편가르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의 외교는 웃으면서 쇠 주먹으로 내리치는 것이다. 동맹의 다른 이름은 이해관계에 따른 계산, 합종연횡이다. 합종연횡은 세가 약할 때 쓰거나 패권자가 자기 손에 피 묻히기 싫을 때 쓰는 전략이다. 미국의 동맹 전략은 후자다.

미국이 중국을 잡기 위해 던진 그물이 네 개나 된다. 첫째가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 둘째가 쿼드블록(Quad Bloc), 셋째가 경제번영 네트워크(EPN), 넷째가 중거리미사일망(INF)이다. 미국은 이 4개의 그물을 칠 때 맞잡아줄 동맹을 구한다고 하지만 말이 요청이지 실제로는 명령이다. 미국이 치는 중국 포위망에서 한국이 빠져나갈 수 없다.

중국은 그물망 구멍내기에 올인하고, 미국은 그물망 치기에 올인한다. 패권국이 약해지고 2등이 강해져서 나타나는 ‘B급 패권국’과 ‘B급 강국’이 부딪치면 고약한 것은 약한 나라 줄 세우기다. 줄을 잘못서면, 여차하면 원숭이를 길들이기 위해 닭을 잡아 피를 보여주는 데 쓰이는 '닭'이 될 가능성이 있다.

ROI와 스마일 커브가 만든 미국경제 모델의 한계

바이든 정부는 녹색경제에 올인한다. 바이든은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해 관련산업에 2조 달러를 퍼넣는다. 신재생에너지에 5조 달러를 집어넣고, 2050년까지 100% 청정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원대한 목표도 세웠다.

트럼프의 표밭인 전통산업에 대한 공약은 없다. 화석연료산업은 지원금을 중단하고 오염유발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경고를 한다. 천연가스 신규 시추허가는 중단한다. 세계 최대로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중국을 잡는 데 탄소세를 무기로 쓴다. 탄소 배출이 많은 나라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지금 미국의 반도체, 5G가 헤매는 것은 자기자본수익률(ROI) 경영과 스마일커브(Smile Curve)경영 때문이다. 미국은 단기이익 극대화에 목숨을 건 월가의 자본 논리에 함몰되어 투자비는 줄이고 이익은 극대화하는 ROI를 기업실력의 척도로 쓰는 바람에 ROI를 올리는 데 급급했다. 미국기업들은 지난 40년간 고정비를 줄이는 데 주력했고, 덕분에 ROI는 최고였다. 반도체도 거대 투자비가 들어가는 파운드리는 대만과 한국에 하청을 주었고, 통신장비도 서비스만 개발하고 설비투자가 많이 드는 장비생산은 중국과 한국에 하청을 주었다.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 하는 제조보다는 R&D와 유통의 입꼬리 양끝만 가지고 떼돈을 버는 마법의 스마일 커브 비즈모델이 미국기업을 사로잡았고, 이를 실천에 옮긴 애플을 예로 들면 기업이익도 시가총액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러나 이는 중국을 하청기지로, 미국기업의 머슴으로 맘대로 부릴 때의 얘기였고, 미·중 간 무역전쟁이 벌어졌다. 이젠 스마일 커브의 좌측 입꼬리인 R&D 분야의 기술전쟁으로 번지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머슴이 파업하면서 대감 집 마당 쓸고, 장작 패고, 밥할 사람이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정치권에서 부랴부랴 탈중국화네 역글로벌화네 리쇼어링이네 떠들었지만, 40년 전에 집 나간 제조업은 돌아올 생각이 없다. 미·중의 기술전쟁으로 생산이 다시 중요해졌다. 첨단산업에서 생산의 내재화가 없으면 이젠 첨단산업 자체가 문제가 된다.

백신이든 5G든 기술개발을 빨리 해도 양산공장이 없으면 도루묵이다. 미국은, 집 나간 전통제조업은 무역전쟁의 시빗거리로 트집잡는 데 쓸 뿐이고 이젠 첨단산업의 기술과 생산 내재화로 마음을 굳혔다.

미국이 파는 녹색경제의 함정, 한국은?

산업혁명을 에너지 측면에서 보면, 결국 농업에서 정보혁명까지의 배경에는 에너지가 있었다. 공업혁명시대에는 석탄이, 자동차시대에는 석유가, 그리고 정보시대는 전기가 힘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태양'이 힘이다. 태양이 하루 동안 지구에 비추는 햇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면 인류가 1년 쓸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

새로운 산업 패권은 에너지 패권과 같이 간다. 이젠 태양이다. 미국의 새로운 바이든 정부는 신에너지에 목숨을 걸었다. 미국이 신에너지에서 중국을 잡을 함정을 파는 것이다. 중국은 첨단산업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신에너지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 에둘러 전기차에 올인한다고 발표했다. 203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50%까지 올려 세계 최대의 전기차 제국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 그린 뉴딜에 젓가락을 올려놓았다. 

바이든의 녹색경제를 보면서 떠오르는 걱정은 반도체든 통신이든 신에너지든 미국이 맘 먹고 덤비면 당할 자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중전쟁은 신에너지에서 크게 벌어질 판이다. 그리고 치열한 선두경쟁이 신에너지산업의 발전을 획기적으로 높일 전망이다.

미·중이 목숨 걸고 덤비는 신에너지시장에 한국이 어설프게 덤비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긴 그림과 함께 미·중의 박 터질 경쟁구도 하에서, 한국은 스탠스를 빨리 잡고 빨리 출발해야 산다. 여의도에서 정책을 놓고 말싸움으로 시간을 보내다간 차는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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