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블루웨이브 실패는 '샌더스' 탓?"...민주당, 파티 끝 내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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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11-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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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탈환 성공에도 상원 과반 획득 실패·하원 다수당 위협

  • 온건파, AOC 등 진보파 책임 제기..."사회주의 정책에 겁먹어"

  • 당내 분열, 2016년 힐러리 패인..."바이든 정권 성공 가를 요소"

'분열한 미국의 통합'을 핵심 국정 가치로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를 확보한지 하룻밤도 지나지 않아 차기 집권당인 민주당은 내분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정권 교체를 목표로 협력해왔던 온건파와 진보파가 다시금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하원의원(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자.[사진=트위터]


8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더힐 등 외신은 차기 집권당으로 올라선 미국 민주당이 진보파와 온건파 사이의 권력 투쟁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지난 5일 대선 투표 종료 후 처음으로 진행한 민주당 의원회의가 3시간 동안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면서, 일부 온건파 의원들이 하원의회 선거에서 부진한 결과를 거둔 이유로 당내 진보파 세력을 지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3일 대선 투표일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행정부와 상·하원의회를 모두 석권하는 '블루웨이브' 결과를 예상했으나, 현재 개표 진행 상황은 녹록치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의 당선은 확정지었지만, 상원(100석)은 조지아주에서 겨우 결선투표에 오르면서 최대 동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며 하원(435석)에선 기존 과반석(232석) 잃을 상황에 처했다.

8일 오전 9시 기준 민주당과 공화당은 하원선거에서 각각 216석과 196석을 확정한 상태로, 순득실을 따지면 민주당은 3석을 잃고 공화당은 5석을 얻은 상태다. 여전히 23석의 개표 결과가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이 218석 과반을 차지할지 여부에 부정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논쟁의 씨앗은 앞서 민주당 소속 초선 하원의원인 아비가일 스판버거(버지니아주)가 워싱턴포스트(WP)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의회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음 선거인) 2022년에 우리는 갈라서게 될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당시 스판버거 의원은 갈라선다는 말에 욕설인 'F-워드'까지 써가며 격하게 논평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온건파는 이번 의회선거에서의 부진이 당내 진보파들이 주장한 사회의료보험(메디케어 포 올)과 경찰 조직 재검토 등의 '사회주의자 정책' 탓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진보파 의원들의 이와 같은 정책 공약에 유권자들이 겁을 먹었다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 내 진보·유색 인종·여성 하원의원 모임인 스쿼드 그룹. 왼쪽부터 아야나 프레슬리 미시간주 하원의원·일한 오마르 미네소타주 하원의원·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뉴욕주 하원의원·라시다 탈리브 매사추세츠주 하원의원.[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의회 선거 부진은 '사회주의자 AOC' 탓?

특히, 이들 온건파는 미국 사회주의와 진보파의 거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의 정치적 후계자(샌더스 키즈)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뉴욕주) 하원의원을 필두로 한 민주당 내 진보·유색 인종·여성 하원의원 모임인 스쿼드(AOC·일한 오마르 미네소타주 하원의원·라시다 탈리브 매사추세츠주 하원의원·아야나 프레슬리 미시간주 하원의원)를 지목하고 있다.

더힐에 따르면, 이에 대해 AOC는 "민주당을 찢어놓으려는 공화당의 전략에 넘어가지 말고, 우리는 함께 해야한다(come together)"면서 "2020년 이후 민주당의 하원 과반수가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함께 협력하고 서로 싸우지 않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진보파와 온건파 사이의 갈등의 불씨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도 튀었다. 지난 4년간 하원에서 AOC와 스쿼드 등 진보파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부각하며,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더라도 다음 임기 중 펠로시가 하원의장을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다만, 펠로시 의장은 이에 대해 "민주당이 가진 아름다운 역동성"이라면서 "건강한 의견 차이는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당 안팎에서 제기한 당 내분 의혹을 일축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샌더스 지지파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를 철회하며 극심한 내분에 빠졌던 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큰 승리 요인이기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선 승리를 위해 펠로시는 버니 샌더스를 추종하는 진보파의 협력이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이번 임기 내내 AOC와 스쿼드를 민주당 안에 잡아두려고 상당히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내분이 향후 바이든 정권의 성격과 과제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버지니아대학 정치센터의 래리 새바토는 FT에서 "바이든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당내 진보파와 중도파의 끊임없는 싸움을 막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좌파 성향 정치단체 '저스티스 데모크랫'의 왈리드 샤히드는 "상원에서 다수를 점하지 못한 민주당은 향후 여러 의제에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과 협력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공화당과의 거래가 성사한다면, 민주당 내 온건·진보파의 갈등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월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두교서 연설 당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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