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 애니콜 15만대 불태운 승부사... 17년 만에 단말기 세계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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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10-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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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말기 사업 위기 때마다 용단... 품질 강조하고 꾸준히 기술 혁신, 애니콜·갤럭시 성공 초석

갤럭시S.[사진=삼성전자 제공]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은 단말기 시장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1995년 역사적인 불량 휴대폰 화형식 이후 17년 만인 2012년에 약 4억대의 단말기를 출하하며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 단말기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애니콜부터 갤럭시까지 삼성전자의 단말기 성공 신화는 이 회장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5년 3월 9일 이 회장이 구미사업장에서 진행한 '애니콜 화형식'은 삼성전자 단말기가 세계적인 품질로 도약할 수 있었던 계기로 꼽힌다. 1988년 삼성전자는 모토로라를 견제하기 위해 휴대폰 사업에 진출했다. 이 회장은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반드시 온다. 전화기 사업이 중요하다"며 단말기를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국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생산량 확대에만 치중한 나머지 당시 삼성전자는 단말기 불량률 11.8%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삼성전자 대리점 사장이 불량품을 팔았다며 고객에게 뺨을 얻어맞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이러한 사태에 격노한 이 회장은 당시 구미사업장에서 생산한 불량 휴대폰, 팩시밀리 등 15만대를 부수고 불태웠다. 이 회장은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두 회수해 공장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고 지시했다. 2000여명의 삼성전자 직원이 '품질확보'라는 머리띠를 두른 채 모인 장소에서 그들이 생산한 500억원 어치 단말기가 모두 불타 사라졌다.

이후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라는 구호 아래 삼성전자의 단말기 불량률은 글로벌 제조사와 비슷한 2%대로 떨어졌다. 애니콜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30%에서 50%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 2005년 구미사업장에 방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제공]

자신감을 얻은 이 회장은 해외 시장에 진출해 모토로라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1996년 미국 스프린트와 처음 휴대폰 수출계약을 맺었고, 1997년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회장의 지시 아래 삼성전자는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저가폰 대신 꾸준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했다. 이름만 프리미엄이 아닌 품질 개선과 기술 혁신을 꾀했다.

 

SCH-T100.[사진=삼성전자 제공]

그 결과 2000년 '세계 최초 TV폰(SCH-M220)'과 '한국 최초 카메라폰(SCH-V200)'에 이어 2002년 '이건희 폰(SCH-T100)'을 선보이며 텐 밀리언(1000만대 판매) 시대를 열었다. 이후 꾸준히 단말기 혁신을 선도하며 휴대폰 시장 1위인 노키아와 경쟁했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노키아, 모토로라 등 피처폰 업계 강자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두 침몰했다. 삼성전자 역시 2008년 윈도 CE 기반의 '옴니아' 스마트폰을 출시했다가 참패를 맛봐야 했다.

이 위기에도 이 회장이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2010년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10년 내로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야 한다"고 말하며, 선도 업체를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 대신 스스로가 선도 업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회장이 직접 단말기 개발과 출시를 챙긴 '갤럭시S'다.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빠르게 구글 안드로이드 환경에 적응한 삼성전자는 2011년 갤럭시S를 전 세계에 1000만대 이상 판매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는 삼성전자의 첫 텐 밀리언 스마트폰이기도 하다.

이후 삼성전자는 2012년 갤럭시S3, 갤럭시노트2 등 스마트폰 모델을 다변화하며 전 세계에 4억대의 단말기를 판매, 시장점유율 25.2%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갤럭시 S 시리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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