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中 ‘원신’의 성공으로 본 K-게임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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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0-10-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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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 중국 게임사 미호요가 개발한 ‘원신’이라는 게임이 그 주인공이다. 원신은 17일 기준,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서 넥슨의 ‘바람의나라: 연’을 제치고 3위를 기록했고, 엔씨소프트의 인기작 ‘리니지2M’, ‘리니지M’의 아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원신은 일본과 대만 구글플레이에서도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각각 2위와 1위, 독일과 스페인에서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원신은 출시 4일 만에 모바일에서만 500억원을 2주 만에 1000억원 이상을 벌었다. 이 게임이 모바일뿐만 아니라 PC, 콘솔로 동시에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더 높은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개발한 게임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신이 출시되기 전 사전예약에 2000만명의 이용자가 몰렸는데, 그중 25%가 해외에서 유입됐다고 한다.

원신의 글로벌 성공 요인으로 멀티 플랫폼 전략이 거론된다. 미호요를 포함한 중국 게임사들은 자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해외 진출을 위해 플랫폼 다변화를 준비해왔다. 특히 이들은 북미, 유럽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견고하게 형성된 콘솔 시장을 공략했다. 글로벌 콘솔 시장은 신규 이용자 유입이 꾸준하고, 유저 복귀율이 높아 매년 성장하는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두 번째는 과감한 신규 IP(지식재산권) 투자다. 미호요는 자신들의 강점인 서브컬처 캐릭터를 카툰렌더링 방식으로 구현하고 오픈월드 RPG(역할수행게임) 장르를 입혔다. 미호요는 원신 공개 당시, 닌텐도 스위치 인기 게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표절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높은 개발력과 게임성으로 논란을 잠재웠고, 초기 과금 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고 확률형 아이템 또한 서구권 게이머들의 거부감이 없도록 설계됐다는 평가를 받는 등 현재는 전혀 다른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원신의 그래픽부터 UI(사용자인터페이스), 스토리, 음악 등 완성도에 다들 놀라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 두 가지 요인은 모두 한국 게임사들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업계의 모바일게임 매출은 6조5000억원, PC게임 매출은 5조원으로, 국내 전체 게임시장의 9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콘솔게임 매출은 5200억원으로, 점유율이 4.2%에 불과하다.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게임 시장 진출은 곧 미래 먹거리 발굴과 같다.

국내 게임사들의 신규 IP 발굴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에 안착한 게임을 보면, 리니지, 바람의나라, R2, 뮤, 카트라이더 등과 같은 올드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들이다. 중국 게임사들이 새 IP 발굴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올드 IP는 기존 이용자층을 흡수할 수 있어 안정적인 매출 성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신규 IP 발굴은 높은 개발 비용과 실패 리스크가 수반된다. 그러나 올드 IP는 신규 이용자 유입과 글로벌 진출 부분에선 한계가 명확하다. 실제로 리니지2M과 리니지M, 바람의니라: 연 등은 한국에서만 통하는 게임이란 걸 회사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한국 게임은 현재 빠른 개발 속도와 방대한 콘텐츠로 무장한 중국 게임과 북미·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독창적인 게임 사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원신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를 보고 글로벌 이용자의 기대 수준과 눈높이에 맞는 게임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IT과학부 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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