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낙태죄] '낙태죄 개정안' 두고 정부·여성·의료계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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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0-10-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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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죄폐지공동행동 "낙태죄, 여성 권리 제약하는 기만적 법안"

  • 산부인과 의사들 "사유 제한 없는 낙태 허용 시기 10주 미만이 적절"

  •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56% '낙태법 개정안 찬성'

  • 정부, 다음 달 16일까지 의견 수렴 후 국회에 개정안 제출

정부가 입법 예고한 낙태죄 개정안을 두고 여성과 의료계 등에서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임신한 여성의 임산유지와 출산 여부 결정 가능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낙태죄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14주 이내에는 임신한 여성이 일정한 상담이나 절차 요건 없이 본인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 정문 앞에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 참석자(오른쪽)와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시위 참석자(왼쪽)가 나란히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1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제의 핵심은 임신 중단 행위를 범죄로 볼 것인가, 안 볼 것인가"라며 "이 문제에 대해 사회가 도덕적으로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행위에 대해서 범죄라고 얘기해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범죄로 처벌하든 안 하든 낙태의 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거의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저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어도 아이를 자기가 낳아서 키울 수 있겠다는 판단을 정말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정부의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성단체에서는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전면 폐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등 23개 단체 모임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의 개정안이 "여성에 대한 처벌을 유지하고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사회적 권리 제반을 제약하는 기만적인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 처벌 조항을 형법에 그대로 존치시키는 것으로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임신 주 수에 대한 판단은 마지막 월경일을 기준으로 하는지, 착상 시기를 기준으로 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고, 임신당사자의 진술과 초음파상의 크기 등을 참고해 유추되는 것일 뿐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며 법의 명확성에 어긋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에 대해 "'언제부터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가 아니라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해 어떤 시기에, 무엇을 보장할 것이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낙태죄 유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반발했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는 '국내 낙태의 95.3%가 임신 12주 이내에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며 14주라는 기준에 살아남을 태아는 없다"며 "아기들의 씨를 말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24주 낙태는 여성의 몸과 영혼도 파괴한다"며 "여성이 자기 결정권을 남용해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스스로를 자해하도록 조장하는 낙태 허용 입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산부인과 의사들도 사유 제한 없는 낙태 허용 시기를 14주 이내로 설정한 정부의 개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사유의 제한 없는 낙태 허용 시기를 임신 10주(70일) 미만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산부인과 관련 학회 및 의사회는 "여성의 안전과 무분별한 낙태 예방을 위해 사유의 제한 없는 낙태 허용 시기는 임신 10주(70일) 미만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임신 10주 이후 사회경제적 사유의 낙태가 허용되지 않으면 의학적 사유의 낙태 허용 범위 절차도 제안했다.

임산부의 생명에 대한 위험이나 건강 상태의 중대한 위험이 의학적으로 판단될 때, 출생 전후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의학적으로 판단될 때 산부인과 전문의와 해당 질환 과목 전문의를 포함한 위원회에서 승인하도록 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낙태는 예방하면서 불가피한 낙태는 여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시술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낙태가 필요한 여성이 안전한 의료시스템 안에서 시술을 받고 낙태 예방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받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프로라이프 등 단체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임신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과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만,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정부의 낙태법 개정안 추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 4개사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낙태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응답자의 5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3.1%p·응답률 29.9%).

'임신 기간과 상관없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 '임신 기간과 상관없이 낙태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은 각각 21%, 19%로 뒤를 이었다.

낙태죄를 두고 분야마다 찬반 의견이 갈리고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정부는 다음 달 16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국회에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낙태죄 법 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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