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유료방송 사업자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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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숭실대 교수
입력 2020-10-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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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으로 상품을 사 와서 이윤을 남기고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해 수익을 남긴다. 소매점을 운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소매점은 매출액에 따라 구입하는 물건의 비중을 줄이거나 도매점과의 협상을 통해 판매하려는 물건의 가격을 협상한다. 이런 것들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소매가격을 인상하기도 한다. 이게 어찌 보면 당연한 시장의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장 메커니즘의 작동이 우리의 생각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유료방송의 주요 판매 상품 중 하나인 지상파 채널은 시청률 및 TV 직접 제작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재송신료 인상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종편도 매년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상파와 종편을 제외한 다른 채널사업자들 역시 매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누구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방송시장에서 아쉬운 점은 프로그램에 대한 대가 산정의 합리적인 기준 없이 인상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지상파, 종편, 일반 채널 사업자들의 프로그램 사용 대가에 대한 기준이 각각 다르며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대가 산정의 기준 없이 협상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협상력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어느 측면에서는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고, 시장논리에도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소매점을 예시로 들었지만,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도매점들의 가격 인상 요구(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요구)에 제품을 줄이거나(채널 공급 숫자를 줄이거나), 매대에 자유롭게 제품을 구성하거나(채널의 변경 등), 소매가격 인상(수신료 인상)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가격에 대해서 정부에 신고만 하면 되는 신고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선방송 사업자들은 통신사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소매가를 깎아서 매출액이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사용료를 줄이지 못하는 실정이라 경영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OTT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미디어 플랫폼들이 출현해 경쟁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그들은 아무런 의무 없이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나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과도한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이와 같은 다소간의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사업자 간의 공정한 프로그램 사용대가 협상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여 전문가 중심의 프로그램 대가 산정위원회를 구성하여 프로그램 대가 산정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공정한 협상이 될 수 있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사업자 간 거래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 아닌, 공정한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수신료 매출과 연동한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방송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사용료를 마냥 올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지상파, 종편, 일반 채널 사업자들을 아우르는 합리적인 채널 평가 지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일반 방송채널 사업자들과 꾸준히 채널 평가를 진행했다. 이는 채널공급 계약의 일환이며 상호간 협상을 통해 공정성을 키워왔다. 다만 지상파와 종편은 이러한 평가를 받지 않고 있다. 이제는 채널 선정의 타당성, 합리성을 위해 이들도 채널 평가를 통해 콘텐츠 대가, 채널 편성에도 활용돼야 한다.

이와 함께 콘텐츠사업자 및 플랫폼 사업자 모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해관계자 중심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이익만 극대화해서는 오히려 생존이 어려워진다. 거래관계의 이해당사자들과 상생을 추구할 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학설이다. 이해와 상생을 추구할 때 지속성장 및 지속생존이 가능하다.
 
 

[사진=김용희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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