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 담보 해지에 우발채무까지···두산그룹, 인프라코어 매각 계산서는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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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10-12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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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년 동안 순항한 것으로 보였던 두산그룹 구조조정이 마무리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구조조정의 9부 능선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마무리하더라도 이익을 보기 쉽지 않은 탓이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두산밥캣의 지분을 담보물로 빌린 차입금이 1조원 가까이 이른다. 인프라코어 매각 전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으로 이익을 남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프라코어 매각 후에도 중국법인(DICC) 소송 관련 우발채무를 그대로 떠안기로 한 탓에 자칫하면 팔고도 손해만 남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실시된 예비입찰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인프라코어 매각이 본궤도에 올랐다.

다만 이번 매각에서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인프라코어 지분만 매각될 뿐 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밥캣 지분(지분율 51.05%)은 제외된다는 점에서 변수가 남았다. 즉 인프라코어 매각이 마무리되기 전 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밥캣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든 두산그룹이 회수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밥캣 지분 상당수가 금융기관에 담보물로 제공된 상태라는 점이다. 인프라코어는 총 6억 달러(약 7000억원가량) 규모의 해외사채를 발행하면서 밥캣 주식 2289만6274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도 밥캣의 지분이 활용됐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5개 금융기관에서 조달한 차입금 2600억원에 대해서도 밥캣 주식 1224만5047주주가 담보로 제공됐다. 총 3514만1321주로 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밥캣 지분 전체인 5117만6250주의 70%에 가까운 수준이다.

두산그룹이 인프라코어로부터 밥캣 지분을 회수하려 한다면 담보로 제공된 차입금을 모두 갚거나 별도의 복잡한 약정을 맺을 필요가 있다. 간단하게 지분을 모두 갚는다고 가정하면 9600억원의 부담이 발생한다. 이는 인프라코어 매각 예상 금액인 1조원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물론 해당 차입금·사채는 어디까지나 인프라코어가 빌린 자금이기에 인프라코어의 자산으로 갚을 수도 있다. 실제 올해 6월 말 기준 인프라코어의 현금성 자산(연결 기준)은 1조1773억원에 이르기에 상환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이렇게 한다면 매각 대상인 인프라코어의 기업 가치가 크게 낮아진다는 점이 아쉽다. 이 경우 시장에서 예상한 1조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에 만족하고 인프라코어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인프라코어 매각 이후에도 지속되는 DICC 리스크도 문제다. 현재 인프라코어는 DICC 관련 재무적투자자(FI)들과 7196억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심에서는 인프라코어가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FI가 승소했다. 3심에서 패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때문에 두산그룹도 인프라코어 매각 예비 입찰 직전까지 DICC 소송 관련 우발채무를 새로운 인수자가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매각 흥행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본인들이 책임지기로 방침을 선회했다.

만약 밥캣 지분이 담보로 제공된 차입금·해외사채를 상환하고 DICC 소송에서도 패소한다면 두산그룹은 인프라코어를 매각하고서도 오히려 손해만 남는 상황이 된다. 채권단에 약속한 3조원의 자금을 마련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인프라코어 매각을 마무리한다면 두산건설 외에 매각키로 한 자산이 하나도 남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 상황에서 인프라코어 매각 결과 손해만 본다면 결국 매각하지 않기로 했던 계열사들도 매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제작한 굴착기 DX800LC.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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