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美빅테크 쪼개기'..."핵심 기술주 시대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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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10-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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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 정조준...美하원 "독점기업 규정"

  • 11월 말 후속조치 예고...업계·공화당 반발에 전망은 미지수

"빅테크 4개 기업은 너무 많은 권력을 쥐고 있어 우리 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가 장장 15개월에 걸쳐 130만건의 자료를 검토하고 내린 결론이다. 시장 경쟁을 해치는 독점 행위에 가차 없이 칼을 빼드는 미국 정부가 거대 기술기업들을 주시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반독점소위는 449쪽 분량의 '디지털 시장 경쟁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4개 빅테크 기업을 독점기업으로 규정했다.

반독점 소위는 보고서에서 '독점'(monopoly)이라는 단어를 120번가량 사용하면서 "이들의 행태를 보면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여기거나 법 위반을 단순히 비용으로 치부한다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이어 이들 기업의 시장 독점 행위 행사를 막기 위해 향후 시장 단속 전담기관을 신설하고 '업체 분할(divesture)'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기술기업들은 규제 당국에 자신들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며, 입증하지 못할 경우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는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부 사업을 분리해야 하고 신규 사업 진출도 금지된다.

기업별로 보자면, 구글은 유튜브를, 페이스북은 온라인 광고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경쟁 플랫폼이 성장하기 전에 웃돈을 주고 선제적으로 인수해 논란이 됐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떼어낼 가능성이 있다.

자사의 플랫폼이나 생태계를 독점해 자사 제품 판매에 유리한 혜택을 줘 논란이 됐던 아마존과 애플은 각각 아마존닷컴에서 자체제작(PB) 상품을 판매하거나 iOS 기기에서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자체 앱을 제공하던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고 채택을 주도한 민주당 지도부는 올해 대선 이후인 11월 말 보고서에 대한 후속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상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 공화당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다.

반독점 소위 내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이번 보고서가 제안하는 급진적인 규제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서명을 거부하며 의회 공식권고안 채택을 막았을 뿐 아니라, 하원의 법안 발의 후 추가 표결을 거쳐야 하는 상원(100명)은 공화당이 다수파(53명)를 차지하고 있어 현 시점에선 입법 시도 역시 좌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는 11월 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다면 보고서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반독점법 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가 발행한 '디지털 시장 경쟁에 관한 조사 보고서. [자료=미국 하원]

 
"엇갈리는 전망, 반발하는 업계"...'빅테크 쪼개기' 현실화 미지수
미국 의회의 '빅테크 쪼개기' 시도에 대한 언론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당 보고서의 결론이 4곳 중 어떤 기업에 대해서도 기업을 분할하라는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향후 의회가 불평등한 경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 반독점 관련법을 전면적으로 정비하는 선에서 입법 작업을 마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보고서의 권고는 수십년간 의회가 관련법의 정비를 제안한 것 중 가장 극적인 것"이라면서 실제 강제 기업 분할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1956년 은행지주회사법에 따라 대형은행이 보험사나 부동산 회사 등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한 것처럼 기술기업에서도 지배적 플랫폼이 또 다른 관련 사업 부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 제안이 이번 보고서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경우 이번 보고서가 당장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나진 않겠지만, 전체 미국 정부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의회가 당장 빅테크 쪼개기에 나서지 않더라도, 신규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거나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검토 중인 법무부와 아마존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한 캘리포니아 주정부 등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아마존은 "반독점 소위의 개혁 제안이 본질과 범위에 흠결이 있고 피상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아마존의 성공이 오직 반독점 행위의 결과라는 추정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으며, 미국소비자기술협회는 "우리나라(미국)의 가장 성공한 기술기업들을 겨냥한 것은 스스로의 경쟁력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투자은행 코웬의 폴 갤런트 애널리스트는 "독점 금지와 IT업계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보고서 자체만으로는 법적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신규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마트폰 어플 자료사진.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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