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막힘없는 물관리 일원화, 종합처방이 답이다

이경태 기자입력 : 2020-09-06 16:52
길이 10만㎞. 무엇의 길이일까. 바로 우리 몸속에 있는 혈관의 전체 길이다. 심장에서 혈액이 나가는 동맥, 심장으로 혈액이 들어오는 정맥, 동맥과 정맥을 이어주는 모세혈관까지 합하면 지구 두 바퀴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휴식 중과 비교해 격렬한 운동을 하면 심장에는 혈관을 통해 갑자기 3배의 혈액이 모이게 된다. 오히려 콩팥에는 절반만큼 줄어든다. 골격근에는 12배 넘는 혈액이 몰려든다. 내장 역시 절반 이하로 혈액이 줄어든다. 장기별로 격렬한 운동을 할 때 피의 양이 갑자기 달라진다. 

그런데 혈관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손발 저림, 수족 냉증, 만성 피로, 부종 등의 증상이 생긴다. 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심할 경우 심장 이상 등 순환계 질환으로 사망에 이른다. 어느 한 곳만 땜질 식으로 고칠 수 없는 게 바로 혈관이다. 순환계 질환은 처음과 끝이 불분명하다. 혈관 전체를 바라봐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의사들의 조언이다.

인체의 순환계와 비슷한 구조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물의 순환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 5월 28일 물관리 기본법과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정부조직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나눠 맡아온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가 통합 관리하게 됐다. 수량·수질·재해예방 등 대부분의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가 총괄하게 됐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이관된 수자원정책국을 수자원정책, 수자원개발, 수자원관리로 나눠 운영했다. 한강 등 전국 4곳 홍수통제소의 전체 조직과 기능도 환경부로 이관됐다.

물 관리 영역이 환경부 소관으로 이관되면서 보다 나은 물 관리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지난달 기록적인 장마와 폭우 속에서 물 관리는 낙제점을 받았다. 용담댐, 섬진강댐, 합천댐 인근 지역에서는 다량의 방류 조치로 하천이 범람하면서 농지와 가옥이 침수됐다. 이재민까지 발생했다. 지역의 농가에서는 한해 농사를 망치게 됐다. 

당장 댐 관리에 대한 질책부터 이어졌다. 천재(天災)라기보다는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환경부는 지난달 17일 댐 운영상의 문제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댐관리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피해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10월까지 조사가 진행된다.

다만, 이런 조사는 땜질식 대응이라는 비난을 함께 받기도 한다. 사실 환경부가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환경부를 비롯해 물 관리 산하기관을 모두 조사하는 게 맞다. 더구나 환경부로 물관리가 일원화됐다고 해도 실제 홍수 등에 대비한 하천 관리는 여전히 분리된 상태다. 2018년 물관리 일원화 법안 통과 시 하천에 관한 사무가 환경부로 이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수예보와 댐방류는 환경부가 맡고 있고, 하천정비와 복구는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아직 물관리가 일원화되지는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하천업무도 환경부로 이관하는 '물관리 일원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물관리 일원화 정책의 후속조치까지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도 과제는 남는다. 

물 관리를 일원화한다고 해도 시설을 잘 갖춰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는 치수 사업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상류에서 물을 가두는 일부터 시작해 4대강과 지류, 지방 농지대의 배수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곳이라도 관리가 미흡할 경우엔 결국 국민의 재산과 목숨을 잃게 할 수 있어서다.

이번 피해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지역 배상, 부실한 물 관리로 인한 책임자 처벌 등 보이는 곳에서의 대처는 가능하지만,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혈관과 같이, 어느 한 곳이라도 막히게 되면 홍수는 또다시 재발할 수밖에 없다. 모든 물길을 점검해봐야 한다. 이상 기후가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기록적인 장마와 폭우에 대한 기록이 다시 깨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환경부도 책임 여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지 말고, 내년과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종합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야 한다. 홍수 피해가 없는 나라를 기대해본다.


 

이경태 아주경제 경제팀 팀장[사진=아주경제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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