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부동산거래분석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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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글로벌강소기업지원센터 대표
입력 2020-09-0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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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조차 안 고치는 정부는 최악이기에 조직 신설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귀중한 소가 잠들어 있는 외양간에 왜 미리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았을까? ‘시스템’ 말이다. 부동산 거래를 세밀히 들여다보는 미시적인 기능도 필요하지만, 거래 전반의 흐름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거시금융 분야에서 활용 중인 조기경보시스템(EWS)의 구축이 정작 필요한 곳도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 실거래 데이터, 수요나 구매심리 관련 실태조사, 공급물량 예측 등 각종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연결하고 통합하는 것이 기본이고 급선무다. 제대로 된 주택 통계가 부족하다는 얘기는 2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과학적인 통계와 데이터에 기반하여 이상징후를 프로그램 기법으로 실시간 파악해낼 수 있어야 한다. 투기나 시세 조종의 의심이 있는 개인, 카페, 단톡방, 아파트 부녀회, 부동산중개업체 등은 빠르게 단속해야 하고, 정책 당국에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의 밑그림을 제시해줘야 한다.

우리는 항상 눈에 보이는 도로와 건물 등 하드웨어만 우선시하지,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 작동해야 하는 내용물, 즉 눈에 잘 안 보이는 콘텐츠,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등한시한다. 결론적으로, 부동산거래분석원보다는 부동산정보분석원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기존 금융정보분석원(FIU)이나 자본시장조사단의 성과, 장단점, 개선점을 잘 파악해서 진일보한 시스템과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바란다, 제발.

수요 얘기부터 해보자.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고,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대한민국에서는 불필요한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거나 그걸 방조하는 것조차 범죄 행위다. 시스템적으로 그러한 불로소득이 불가능하도록, 투기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과 세제의 차단 망을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저금리 시대의 풍부한 유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이 아니라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고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으로 흘러가도록 물꼬를 다시 정비하는 것에 정부의 모든 부처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급도 중요하다. 넓고 쾌적한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모든 나라 모든 국민의 원초적 본능이다. 번거로운 가구나 물건 등을 넣고 빼지 않고 오직 몸만 들어가 살 수 있는 고급 임대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 20년 이상의 장기 분할상환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 역세권의 용적률을 높여서 신혼부부나 정년들 입맛에 맞는 소형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 등도 당연히 필요하다. 녹물이 나오는 낡은 아파트는 재건축되어야 하지만, 새집을 거저 얻으려는 놀부 심보는 곤란하다. 재건축을 통해서 더 넓고 새로운 아파트를 무상으로 받는 것이 과거에는 가능했어도 앞으로는 불가능해야 공정한 시장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 시장은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금리가 낮은 상태라면 지속 불가능하며, 계속 줄어드는 게 정상이며 시장 원리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교육환경과 주거환경, 교통 인프라, 일자리를 서울이나 강남이 아닌 전국 어디서나 누릴 수 있게 만들어야 줘야 공정한 나라다.

주택가격의 거품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다. 이 지표 값이 5정도면 무난하고, 10을 넘으면 집 마련하기 힘들다는, 사람이 몰리고 인기가 높은 도시라는, 하지만 거품이 꺼질 위험도 크다는 시그널이다.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니, 서울의 PIR은 12.0이었다. 거품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비율의 과거 추이를 보면, 2013년 3분기 이후 9.0 수준이었다가, 2016년 4분기 이후 10.0을 넘었고, 2018년 이후 12.0으로 올라섰다. 정점이고 막차에 성급히 올라타면 안 된다. 외국과 비교해도 높다. 캐나다 밴쿠버가 11.9, 미국 LA가 9.0, 샌프란시스코가 8.4, 뉴욕이 5.4, 영국 런던이 8.2라고 하니, 서울의 12.0이 얼마나 높고 위태로운 숫자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젊은 세대의 ‘영끌’이 안타깝고 미안할 뿐이다. 지난 3월 ‘부동산학연구’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자산 가운데 거주 주택 자산의 비중은 39.3%로서 적정비율인 50%보다 훨씬 낮았고, 일본은 58.8%, 중국은 73.9%였다. 반면, 비거주 주택 자산의 비중은 30.5%로서 중국 7.7%, 일본 11.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 우리나라에 다주택이나 부동산 투기가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강소기업과 부동산은 상극이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수록 글로벌 강소기업의 비중이나 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우수 인재들은 연구하고 실험하고 신제품 개발하는 대신 땅이나 집을 보러 다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누가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밤새고, 사업에 뛰어드는 모험을 하고, 땀 흘려 일하겠는가? 글로벌 강소기업이든 유니콘이든 나오기 힘든 구조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개인과 기업, 나라 경제의 명운이 달린 절체절명의 국정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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