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빅히트 IPO, 통신ㆍ화학사와 동일 지표 적용…NH·한투, 엔터산업 이해 부족했다

이성규 기자입력 : 2020-09-07 09:18
공모가 13만원…EV/EBITDA 적용, 비중 높은 감가상각비 탓 주관사 평가 모델 한계...구독경제 모델 이해 부족 미래 가치 오히려 훼손…주간사, 밸류산정 위한 노력 지속해야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데일리동방]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을 위한 가치평가 과정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무형의 지적재산권(IP) 등을 바탕으로 한 기업임에도 통신, 화학 등 ‘장치산업’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다. 주관사들이 현 시대 엔터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질타와 동시에 가치평가를 위한 기준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는 기업공개(IPO)를 위해 오는 10월 5~6일 이틀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선다. 공모주식수는 713만주, 희망공모가액은 10만5000~13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상장을 통해 최대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조달한 자금은 시설투자, 운영, 채무상환 그리고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면에 쓰일 예정이다.

BTS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빅히트엔터 수요예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대표주관업무(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간, 공동 주관 미래에셋대우)를 맡은 증권사는 카카오게임즈 상장 ‘대박’을 넘어설 수 있는 기록을 세울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밸류평가기준으로 선정된 EV/EBITDA 지표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영업이익(EBIT)에 감가·감모상각비(DA) 등을 더해 구한다. 통상 해당 지표가 적용되는 분야는 통신, 화학 등 장치산업이 주를 이룬다. 막대한 설비투자가 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실제 현금유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각비가 영업이익을 끌어내리는 탓이다.

주관사들은 빅히트엔터가 콘텐츠와 인프라투자 관련 각종 상각비 처리 등 차이에 따른 효과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가치평가를 위한 비교대상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된 YG엔터테인먼트가 상장 당시 주가순이익비율(PER)이 적용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기업가치평가는 절대 기준이 없다. 시대에 따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평가 기준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YG엔터가 상장한 시기(2011년)와 단순 비교도 어렵다. 롯데정보통신은 SI업체지만 EV/EBITDA가 아닌 PER을 평가지표로 책정하기도 했다.

EV/EBITDA 지표는 다양한 상대평가 지표 중 하나로 오래 전부터 사용돼왔다. 새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주관사들이 자체적 노력 없이 단순히 공모가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예상생산능력’을 기준으로 평가돼 ‘새롭다’는 시선도 있었다.

현재 빅히트엔터 사업구조를 보면 앨범·공연 매출, MD(머천다이징)·IP 라이선싱 등이 주력이며 콘텐츠, 광고 등이 뒷받침하고 있다. 수익 핵심은 BTS이며 그 이면에는 팬덤(fandom)이 자리 잡고 있다.

산업으로 표현하자면 구독경제에 가깝다. 국내 음악 시장에서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실물음반 규모를 넘어선지 오래다. 빅히트가 가진 자체 플랫폼과 각종 채널 등을 통한 수입도 BTS에 열광하는 팬들이 만들고 있는 셈이다.

구독경제 대표주자인 넷플릭스와 비교했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높아질 수 있다. 혹은 팬덤을 MAU(월간사용자수)로 대체해 페이스북이나 글로벌 게임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 시장이 바라보는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대한 가치 기준을 달리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EV/EBITDA 적용은 빅히트엔터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주관업무를 통한 수수료에만 집중하는 IB의 전형적 형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빅히트엔터 증권신고서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며 “아무리 플랫폼 투자 규모가 크다고 해도 장치산업 평가 지표를 빅히트엔터에 적용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IPO는 기업이나 ECM(주식자본시장)에서 평생에 한 번 있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공모가를 높게 받기 원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BTS가 빌보드차트 1위를 기록한 상황에서 EV/EBITDA를 평가기준 정한 것은 오히려 무궁무진한 성장 가치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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