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유증, "고기에서 휘발유 맛이 나요"

우한재 기자입력 : 2020-09-01 11:27
"언제쯤 마음놓고 먹을 수 있을까"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서 샤워를 못하고, 좋아하던 음식을 더는 먹을 수 없어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완치된 이후 전에 느끼지 못했던 '냄새'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잘 구운 고기에선 휘발유 맛, 와인에선 썩은 과일 맛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 중 후각 또는 미각 이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완치가 된 이후에도 후각에 착오가 생기는 '착후 현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BBC는 영국에 거주하는 케이트 맥헨리의 일상을 통해 이와 같은 후유증을 소개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4주 동안 케이트는 아무 냄새도 맡지 못했다. 하지만 6월 중순부터 이상한 맛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는 더이상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케이트는 완치된 이후 아무 냄새도 맡지 못했다. 이후 음식의 맛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수돗물에서도 역한 냄새를 느끼며 마음놓고 샤워도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케이트 맥헨리 트위터(@k8mch)]

BBC의 보도에 따르면 케이트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냄새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평범한 수돗물에서 끔찍한 악취를 맡는다. 몸을 씻을 때도 맡기 힘든 악취를 견뎌야 했다고.

“남자친구가 뭘 먹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화가 나요. 모든 음식이 끔찍한 맛일 거란 걸 알기 때문에 식욕을 느끼지 못하니까요. 이렇게 영원히 살아야 할까 봐 무서워요.”
냄새로 인한 고통, 일상 전반의 우울감으로 번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착후 현상은 보통 감기나 부비동 문제, 머리 부상 등을 입은 환자들이 겪는 증상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후각과 미각에 관련된 신경세포에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로부터 회복을 하면, 손상된 신경이 다시 자라나면서 뇌가 실제 냄새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후각 착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타는 냄새나 담배 연기 냄새, 썩은 고기 냄새가 난다고 설명한다. 심한 경우 냄새가 구토를 유발하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록 전문가들은 착후 현상이 후각을 회복하는 하나의 신호이자 과정이라고 말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겐 이 상태가 몇 년 이상 지속하기도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착후 현상 사례가 아직 정확한 통계로 집계되진 않고 있지만, 이미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수십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후각 이상, 또는 후각·미각 상실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냄새 자체를 맡지 못하는 후각 상실은 당황스럽지만 후각 착오는 생각보다 큰 고통을 수반한다. 익히 경험해 예측할 수 있는 냄새들이 전혀 다른 자극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극심한 경우는 항간질제 일종의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 비과학협회(British Rhinological Society) 회장 클레어 홉킨스 교수는 “후각 상실 이후 회복되는 경우는 많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냄새를 맡지 못한다”면서 “이에 대한 영향은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그는 “냄새는 기억과 기분, 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이런 후각 기능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고립된 감정을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홉킨스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후각 상실 증상과 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영향에 대한 연구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날로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은 그닥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맛 없는 삶'은 어쩌면 질병보다 더 큰 우울감을 줄지도 모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편 사회 단체 'AbScent'는 영국 비과학협회의 조언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후각 이상 또는 상실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여기엔 후각 회복에 좋은 음식들, 후각 훈련법에 대해 상세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이 단체의 설립자인 크리시 켈리는 “후각 상실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슷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는 것”이라면서 “이 증상에 대해 함께 나누고 대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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