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신액 급증에도 돈 굴릴 곳 없다

김형석 기자입력 : 2020-08-31 19:00
저금리 기조 장기화…높은 금리에 뭉칫돈 6월말 기준 대출잔액보다 1조3000억 많아 투자처 못찾을 땐 내년 수익성 하락 불가피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에 예·적금이 급격히 몰리고 있다. 너무나 급격히 수신액이 몰린 탓에 저축은행은 제때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신용평가사에서는 저축은행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경우, 내년 총자산순이익률(ROA)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은행에 예·적금이 몰리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저축은행 업권에서 늘어나고 있다.서울의 한 저축은행 영업창구. [사진=김형석 기자]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총 수신잔액은 70조7080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 60조2296억원 대비 10조4784억원(17.4%) 늘었다.

1년 만에 수신 규모가 10조원 넘게 늘어났으나 대출 규모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의 대출잔액은 69조3475억원으로 수신잔액보다 1조3605억원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액과 대출액의 차이가 1조원 이상 발생한 것은 최근 5년 동안은 없었던 일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의 예대마진이 악화되고 있다. 저축은행은 예·적금 등 수신으로 확보한 자금을 대출로 연결해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낸다. 그러나 최근 1년 동안은 대출해 줄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돈이 몰리면서 저축은행의 이자 부담만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1.65%인 점을 감안하면, 업계 전체적으로 적어도 1년에 230억원 수준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토록 저축은행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최근 저금리 기조 탓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이 급증한 데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에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로 낮춘 이후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사상 처음 연 1%대 아래로 내려갔다. 반면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0.8% 포인트가량 높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1.65%다.

이처럼 노는 돈이 급증하자 신용평가사도 저축은행의 실적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저축은행 업계의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이 지난해 1.7%에서 올해 1.2%까지 떨어지고, 내년에는 -0.4%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태영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개인 신용대출 위주의 저축은행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차주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수익성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수신잔액이 대출잔액을 1조원 이상 앞지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저축은행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며 "저축은행들이 예·적금 금리 인하를 통해 수신액 관리에 들어가고 있지만, 우량 차주를 발굴해내지 못할 경우 수익성 하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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