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대장·일련번호 아무의미 없다?… 'MS워드로 위조' 입장바꾼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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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7-2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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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려붙였다는 총장직인 ‘정사각형이 왜 직사각형으로 됐나’ 추궁도

  • 검찰, 갑자기 “MS워드로 위조했다” 말 바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본 근거로 상장대장과 일련번호를 제시했던 검찰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이제와서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게 바뀐 검찰의 입장이다.  

‘MS워드로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그간 재판에서 단 한번도 제기한 적이 없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위조의 증거로 정 교수의 딸 조모씨의 ‘표창장’이 상장대장에 기록되지 않았을뿐더러 일련번호도 맞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재판부 “오려 붙인 직인, 왜 정사각형에서 직사각형이 됐나”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3년 6월 딸의 표창장 내용을 '한글 파일'로 작성하고 그 위에 아들이 실제로 받은 표창장 하단부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부분을 이용해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날 재판에 현출된 표창장 사진을 본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조씨의 표창장에 찍힌 ‘총장직인’이 직사각형으로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려 붙였다면 모양이나 크기에 차이가 없어야 하는데 육안으로 차이가 날 정도로 다르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크기를 조절하다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아들 표창장의 하단부를 오려붙이는 방식으로 위조했다는 검찰의 주장과는 달리 하단부의 모양도 맞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여러차례 하단부를 늘린 것이 맞냐고 물었다.

재판부 : 왼쪽이 아들의 상장이고요. 오른쪽이 딸에 대한 표창장. 공소사실 보면 왼쪽에 있는 동양대 총장 최성해 하단 부분을 전체로 오른쪽으로 이동했단 거죠?

검찰 : 네 맞습니다.

재판부 : 좀 부정확한게, 가만히 보면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직인 모양이 왼쪽꺼는, 물론 이거는 직인 진짜로 받았죠. 그 내용이 허위다 이건 공소사실 다른 재판부에서 다퉈지고 있는데, 정사각형이 아니라 약간 직사각형이라는 겁니다.


검찰의 주장대로 단순히 사진을 늘린 것이고 표창장 하단부를 오려서 위조를 했다면 '최성해'라는 글자 부분에 걸쳐있는 직인파일의 위치나 모양에는 차이가 없어야 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발생한 것. 이에 재판부는 여러차례 검찰에 사실관계를 되물었지만 검찰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정사각형으로 찍힌 직인파일과 직사각형으로 찍힌 직인파일 간 차이가 발생한다면 애초 '상장대장'이나 '일련번호'를 두고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 : 하단부(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부분을 늘린게 맞습니까?

검찰 : 맞습니다. 오늘 그래서 신문사항에 만든 겁니다. 크기 조절하다 이렇게 된 거고요.

재판부 : 그럼 (원분 직인부분이) 정사각형이 맞습니까.

검찰 : 오늘 원본파일 보면 맞습니다. 크기조절 상에서 말하는거지 이게 원본 그대로 의미하진 않습니다.

재판부 : 왼쪽 파일을 그대로 갖다붙인건 맞습니까.

검찰 : 붙이고 늘렸습니다

재판부 : 그러니까 제가 그 말 하는 겁니다. 주신문사항 때문에 늘린 게 아닙니까?

검찰 : 실제로도 늘려졌습니다.

재판부 : 왜 중요하냐면, 왼쪽거는 진짜 직인과 동일하단 거잖아요. 근데 공소사실엔 그게 빠져있습니다.

검찰 : 삽입했다는 의미에 포함돼 있습니다.
아래아 한글로 위조했다더니, “MS워드로 위조했다” 말 바꾼 검찰

앞서 지난 16일 재판에 출석한 오모 팀장은(당시 어학교육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아래아 한글'을 쓸 줄 몰라 MS워드로만 문서작업을 했으며 이 때문에 직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는 증언을 했다. 때문에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으로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검찰 주장이 사실상 무너졌다.

그러자 이번엔 검찰의 입장이 바뀌었다.

이날 검찰은 PC 포렌식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png’파일과 PDF파일, MS워드를 이용해 위조를 했다고 말을 바꿨다.  

정 교수가 1985년 3월부터 1988년 8월까지 3년 5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기재됐던 경력증명서 원본을 1985년 1월부터 1993년 2월까지 모두 8년 2개월 근무한 것으로 수정한 뒤 하단의 직인을 이미지 파일로 옮겨 붙인 사실이 있다는데 그와 같은 방식으로 딸의 표창장도 위조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래아 한글을 이용해 표창장 하단부를 오려내 붙이는 방식으로 위조했다’는 기존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에 변호인은 "증거들을 여러 수사 통해 수집하고 기소한 이후에 기소된 것들에 대해서 증거목록이 현출되고 이에 대해 공판 과정에서 증거조사 되는 게 일반적인 형사소송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본질이 일단 기소하고 증거들을 수집하면서 모순점이 나타나면 다시 수정해서 계속 유죄 기소 정당성을 확보해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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