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한국, 원유수출대금 소송' 발언에...외교부 "대사 초치해 항의"

이란, 한국 내 원유수출 대금 묶이자 불만

김인철 대변인 "부적절 발언에 유감 표명"

주한이란대사 "정부 공식입장 아냐" 강조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원유수출 대금 미상환시 한국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데 대해 외교부가 21일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외교부 청사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불러 지난 19일 이란 현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한 뒤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의 제재에 가담해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을 법적 근거 없이 동결했다고 지적하면서 "외교적으로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하고 국제 법정에 소송해 이 채무를 갚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아주 유감스러운 보도"라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보도에 나온 발언에 대해서 오늘 관련 당국자가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샤베스타리 대사는 양해를 구하고 해당 발언이 이란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강조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이란 정부가 상환을 요구하는 돈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예치된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이다. 약 70억 달러(약 8조4000억원)로 추정된다.

정부는 미국 승인 하에 지난 2010년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두 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계좌에 원화로 입금해왔다. 이란에 비제재 품목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그 대금을 해당 계좌에서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해 9월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한국과 이란 간 교역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한국의 두 은행에 예치한 자금도 활용할 수 없게 된 이란이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지난 5월부터는 국내산 의약품이 이란으로 수출되고 있고 대금 결제에도 해당 계좌가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