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베트남 노림수는 미·중 균형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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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0-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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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수교 25주년', '中노선재개'...연이은 양국 관련 대대적 보도

  • 베트남 실리외교 전략 차원..."韓배제아냐, 일희일비할 필요없어..."

베트남이 최근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공언한 것처럼 대외전략에서 미·중 균형외교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지난주에는 미국과의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면서 양국관계 발전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과 항공노선 재개를 공표하면서 양국관계에 대한 중요도를 부각하고 있어서다.

 

베트남과 중국의 왕복 항공노선을 재개를 알리는 현지언론의 보도.[사진=VN익스프레스 캡처]


14일 베트남 정부총리실에 따르면 정부 상임위원회의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베트남과 중국의 항공노선을 재개하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승객 운송 빈도와 조건은 양국의 항공 당국의 합의에 따라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교통부도 "베트남은 최근 3개월 가까이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국가와 경제 활동을 재개하고 인적 교류 정상화를 점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중국 일부 지역과 상용 노선 운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뚜오이체, 탄닌 등 현지 매체들은 이 소식을 각 신문 온라인판 머리기사로 보도하면서 한국, 일본, 대만 등 다른 국가와의 노선 재개 여부는 언급을 제외한 채 중국노선 재개에 집중한 모습이다. 보도만 보자면 마치 중국노선은 처음으로 재개되고 그를 뒤따라 한국, 일본, 대만의 항공노선이 재개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지 외교가에서는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자칫 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총리령 발표는 앞서 발표된 한국, 일본, 대만과의 항공노선 재개 여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항공 정기운항에 대해 지속적인 협의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다.

총리 또한 중국과의 노선 재개를 발표하면서 한국, 일본, 대만, 라오스, 캄보디아와 정기 항공 노선을 재개하기 위해 각 정부 당국과 협의하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미국-베트남 수교 25주년에 대한 베트남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있었다. 이번 주 중국과의 항공노선 재개 소식이 베트남 언론의 주요 소식으로 전해졌다면, 지난 주말은 미국과 수교 25주년 기념 소식이 베트남 주요 언론의 메인을 장식했다.

응우옌푸쭝 베트남 서기장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주고받은 친서를 공개하며 “지난 25년간의 여정에서 베트남과 미국의 양국 관계는 지리적 거리와 차이를 극복했고,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으로 미국은 많은 분야에서 베트남의 주요 파트너가 됐다"고 밝혔다.

베트남 공보와 현지 매체들도 양국은 교역액이 1995년 4억5000만 달러(약 5430억원) 수준에서 2019년 무려 170배 증가한 760억 달러로 증가했다며 수십년 만에 양국관계의 극적인 발전에 대해 주목했다.

연이은 미국과 중국 띄우기에 베트남의 본격적인 미·중 균형외교가 시작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실상 베트남 언론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이러한 주요 언론들의 대대적인 보도는 베트남 당국이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소원하게 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아세안 회의에서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평등한 외교는 아세안의 다자적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임무라고 밝혔다. 베트남 입장에서 미국은 최대수출국이며, 중국은 또한 핵심 투자국 중 하나다.
 

베트남과 미국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관련보도가 현지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사진=뚜오이체 온라인판 캡처]


◆베트남의 대외정책, '균형외교, 적자생존'
"공산권과 전통관계 유지"··· "서구권은 경제분야 밀착“


베트남 외교는 통상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현실주의 이론의 표본모델로도 꼽힌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같은 반도 국가의 특성상 전통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닿는 교착점에 위치해 있다. 대륙세력으로는 전통적 우방이자 같은 사회주의 계열인 중국과 러시아가 있으며, 해양세력으로는 미국과 일본·유럽 등이 있다. 이는 베트남이 양 세력에 대응해 대국 외교정책에서 힘의 균형을 가장 중시하는 현실주의 세력균형의 외교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트남에게 중국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다. ‘천년전쟁’이라는 말처럼 베트남은 대립과 복속의 역사를 거듭했다. 현재까지도 베트남과 중국은 남중국해(베트남명: 동해)를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중국에 적대적인 대외정책을 나타냈다. 특히 1978년 12월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중국이 이에 대응해 베트남을 침공한 계기가 컸다. 하지만 도이머이 노선 채택 이후 베트남은 중국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다시 끊어졌던 수교가 1991년 10월 복원됐고, 이후 매년 연례 고위급회담을 여는 등 양국 간 관계는 다시 활성화됐다.

미국과의 관계는 베트남전쟁을 통해 적대국의 운명을 맞았지만 도이머이 개혁노선에 따라 화해무드에 접어들었다. 이후 베트남이 미군전사자 유해찾기 해결 등 관련 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베트남과 미국은 1995년 7월 국교를 정상화했다. 2000년 7월에는 양국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됐다. 현재 미국은 베트남의 제1 수출국이다.

베트남 외교정책의 특이점은 같은 사회주의 계열의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그 어떤 특정한 국가에도 경제적·군사적 원조를 기대하지 않고 철저한 실리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1950년대 중국과의 국경분쟁이나 1970년대 친소외교정책으로 중국의 경제지원이 끊기자 국민경제에 혹독한 시련을 겪은 학습효과에 기인한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베트남의 대미 수교 재평가 작업과 중국 노선 재개에 대한 대대적 보도는 베트남만의 실리외교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 20세기를 지나면서 베트남이 겪어온 일련의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베트남 외교는 실리적이고 능동적인 경제외교를 통해 세계경제로의 통합과 개방·개혁 정책을 적극 지원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유럽, 한국 등 최대 경제교역국들과의 관계를 확대하면서도 러시아,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들과는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이번 발표를 통해 중국이 우선권을 받고 한국이 배제됐다는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에게 한국, 일본, 중국은 모두 실리적으로 버릴 수 없는 최우선 대상국 중 하나가 됐다”면서 “이 같은 보도(현지언론)들은 격해지는 미·중 경쟁구도에서 베트남이 외교적 수사를 통한 나름의 균형외교를 펼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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