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어진 테슬라 동아줄로 1위 탈환 노리는 중국 CA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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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0-07-1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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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L 국내외 업체와 경쟁에 '사면초가'

  • 올 들어 LG화학에 글로벌 1위 내줘

  • 테슬라와 손 잡과 新배터리 개발 등 힘써

  • 기술력 향상에도 총력 5600억 들여 R&D센터 신설

[그래픽=아주경제]

글로벌 경쟁 업체들에 밀려나 1위 사수에 실패한 중국 ‘배터리 왕’ CATL(寧德時代·닝더스다이)이 반격을 준비 중이다. 기술력 향상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 협력 강화 움직임도 뚜렷하다.

특히 최근 ‘고공행진’ 중인 테슬라와의 협력 강화가 주목된다. 국내 LG화학이 테슬라 판매 호조에 힘입어 세계 1위 배터리 업체로 부상한 만큼 CATL의 행보에 더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 당국 보조금 축소 등 정책 변화로 고속 성장 제동
2011년 설립된 CATL은 사실상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성장했다.

중국은 2013년 이후 해외 석유 의존도와 오염을 줄이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어 2015년부터는 승인받은 업체의 배터리만 사용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시작했다.

전기차 업체들은 보조금을 포기하고 외국 배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중국 관료들로부터 중국 회사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도 있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해외 배터리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중국에 공장을 세웠던 한국과 일본 등의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공장을 수출 제품 생산에만 활용할 뿐이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을 배경으로 지난 9년간 CATL은 고속 성장을 거둘 수 있었다. 설립한 지 4년 만인 2015년 파나소닉과 비야디(BYD)에 이어 글로벌 3대 배터리 업체로 도약했으며, 지난해에는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단계적 철폐 계획과, 화이트리스트에 해외기업을 포함하는 정책 변화로 CATL의 고속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실제 당국 보조금 축소 여파로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 전체가 눈에 띄는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는 보조금 축소가 본격화한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중국 배터리망 캡쳐]

해외 경쟁업체 위협에 밀려나... 중국 비야디와 경쟁도 치열
해외 경쟁업체들의 위협도 거세졌다. 그중 하나가 LG화학이다. LG화학은 올해 초 중국 내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은 누적 점유율 24.2%로 1위를 차지했다.  CATL(22.3%)과 일본 파나소닉(21.4%)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까지 일본 파나소닉과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2위를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CATL이 뒤로 밀려난 것이다.

CATL도 지난 2월 테슬라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긴 했다. 하지만 LG화학에 비해 규모가 작고, 구체적인 기간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중국 온라인 경제매체 차이신은 설명했다.

해외 업체뿐 아니라 중국 내 경쟁업체들의 도전도 거세다. 가장 위협적인 라이벌은 비야디다. 비야디는 올해 자체 개발한 차세대 인산철 리튬전지 ‘블레이드 배터리'를 앞세우고 있다. 또 충칭 공장에 블레이드 배터리 생산라인 7개를 추가로 구축해 생산설비 용량을 최대 11GWh까지 끌어올려 더 많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CATL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CATL의 배터리보다 안전성에서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초가 CATL 해답은 ’테슬라‘... “협력 강화 모색 중
사면초가에 빠진 CATL의 ’구원투수‘는 결국 테슬라다. 실제 최근 CATL은 테슬라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쩡위췬(曾毓群) CATL 회장에 따르면 그는 이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비용 절감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쩡 회장이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 장점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실제 CATL의 배터리는 경쟁 업체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약 20% 저렴하다.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모델3가 중국산 부품으로 교체되면, 코로나19 후에도 테슬라는 2030년까지 59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마진을 높여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상하이 기가팩토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3의 원가가 65% 수준에 그치는 만큼, 중국산 부품 채용의 원가 하락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CATL이 테슬라와 함께 ‘100만 마일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번 장착하면 100만 마일(약 160만㎞)을 주행할 수 있는 이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의 가능 주행 거리 20만마일(32만㎞)과 차이가 크다. 게다가 수명이 길고, 원가가 저렴하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

100만 마일 배터리는 오는 9월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머스크 CEO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테슬라 투자자 설명회이자 신기술 공개 발표회인 ‘배터리 데이’를 오는 9월 15일 열 것이라며 “이날은 테슬라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날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쩡 회장도 “CATL은 최대 수명이 16년에 달하고, 최고 200만㎞를 주행할 수 있는 새로운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CATL은 테슬라 외에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협력도 강화하는 중이다. 이달에는 일본 혼다와도 손을 잡았다. 혼다는 CATL 지분 1%를 인수하면서 CATL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2022년부터 중국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다.

차이신은 CATL의 최대 강점은 “글로벌 업체들과의 배터리공급 장기계약”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R&D 투자도 가속... 기술력 향상에 총력
1위 탈환을 위해 CATL은 기술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ATL은 최근 중국 푸젠성 닝더시에 첨단 배터리 연구소 ‘21C 랩’을 건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33억 위안(약 5600억원) 규모의 이 연구소에서는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인재 유치에도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쩡 회장은 “우리는 천재들에게 투자한다”고 공언했는데, 실제 CATL에서 R&D 업무를 맡고있는 직원만 5400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박사학위 소지자가 143명이며, 이들은 구내식당 이용권,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이용권 등과 같은 특전을 누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지난해 R&D에 대한 CATL의 지출은 약 3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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