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 치는 터키 리라화...외환위기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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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7-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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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터키에 외환위기 경고등이 켜졌다. 외화보유액이 가파르게 쪼그라들고 있지만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이나 리라화 약세는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흥국들의 경제 체질이 허약해진 상황에서 터키발 위기는 시장 전반에 전염될 위험이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미국 달러를 상대로 15% 넘게 곤두박질쳤다. 지난 5월 말에는 7.26리라를 기록, 리라 가치가 역대 최저를 찍기도 했다. 9일 리라·터키 환율은 6.86리라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라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스탄불이코노믹스리서치의 칸 셀쿠키 이사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높은 물가상승률과 외화보유액 급감을 거론하며 "리라가 여전히 과대평가 돼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12.6%를 기록, 2019년 8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침체가 완화하고 저유가 상황이 끝나면 물가상승률은 더 가팔라질 공산이 크다.

리라 환율 방어를 위한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으로 외화보유액은 지난해 말 870억 달러(약 104조원)에서 지난달 말에는 330억 달러까지 60% 가까이 쪼그라든 것으로 집계됐다.

셀쿠키는 "설상가상 달러 표시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재정 정책이 개입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몇 달 새 리라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통화 가치 붕괴는 상환해야 할 해외 부채가 많을 때 특히 위험하다.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통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채무불이행 위험도 높아진다.

물가상승률을 낮추고 리라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의 유동성을 빨아들여야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가 심각해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섰다간 더 깊은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

터키 경제는 8일까지 20만명 넘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나오면서 큰 충격을 받은 데다 현지 고용과 외화벌이에서 상당 부분을 기여하던 관광업도 얼어붙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터키 경제가 5% 역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권 통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입김 아래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도 퍼져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통화 부양책의 강력한 옹호자로 유명하다. 터키 중앙은행은 6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8.25%로 동결하기 전 9차례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터키 기준금리는 24%였다. 

셀쿠키는 터키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불행하게도 그런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가 확실히 보인다"고 경고했다.

터키 리스크를 지적한 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마찬가지다. 피치는 지난주 보고서를 내고 대외 자금조달 리스크가 여전히 터키 신용의 주된 약점이라면서 "2월 말 이후 외화보유액 감소는 낮은 통화정책 신뢰도와 마이너스 실질 금리와 맞물려 대외 자금조달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외화보유액이 워낙 줄어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우며 금리인하 사이클도 거의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금리인상을 공개적으로 거부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 아래 추가 금리인하가 나올 경우 대외 부담을 키울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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