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후,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있는 서호 통일부 차관 (사진=통일부 홈페이지 캡쳐)]
이번에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4월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합의해 설치한 남북협력의 상징이었다. 폭파를 지시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행동에 대한 대가는 크다. 한편 북한은 문대통령과의 관계를 단념했다는 견해도 있다.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2명의 전문가에게 남북관계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북한에 선택지 없다"는 사실 밝혀져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홍영식 전문연구위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김정은 위원장의 불만을 한미에 표출하는 방법으로는 임팩트 있는 연출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김 위원장 수중에 협상 지렛대가 되는 선택지가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도 명확해졌다. 문 대통령은 나름대로 미북간에 중재역할을 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김 위원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명확한 전략이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해 온 김여정 제1부부장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측의 양보를 이끌어내려 했으나, 감정적인 언행만이 부각되었을 뿐, 외교무대에 나서기에는 너무나도 미숙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북중간 국경을 장기간 폐쇄하는 등 북한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궁지에 몰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북한과 계속 대화를 유지하려 하겠지만,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에 나선다면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때 양측의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사실상 무효가 된다. 그렇게 된다면 문 대통령은 국내, 국외에 대한 설득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 북한에 부메랑 불가피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
이번 폭파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2000년 6월 15일에 서명한 '남북공동선언'과 2018년 4월 27일의 판문점선언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4일, 개성공단 완전철거와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북한은 '대북 삐라 살포 한국정부 책임론'을 계속 제기하며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정당화했다. 따라서 조만간 개성공단 완전철거 단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로 인해 북한에 대한 한국 사회 내부 여론이 악화돼, 북한의 국제적 고립도 증폭될 것이다. 이 사태는 북한에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대북정책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철저히 검토하고 획기적인 정책 전환과 대북정책 쇄신을 조속히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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