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자구안’ 서두르다...기업가치 곤두박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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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0-06-17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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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되는 것 다 팔겠다지만 매각작업 ‘지지부진’

  •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매물로...그룹 위상 추락할듯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돈 되는 건 다 팔겠다’고 나섰지만, 매각작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내놓은 자구안을 서두를 경우, 되레 두산의 기업가치를 추락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알짜 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구조조정 이후 두산그룹의 위상도 급격히 추락할 것이란 비관론도 거세다.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추진한다. [연합뉴스]



16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3조6000억원을 지원한 채권단의 자구안 실사를 거친 이후 최근 본격적인 자산 유동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두산솔루스를 비롯해 사옥 역할을 해온 두산타워, 두산모트롤BG, 골프장 클럽모우, 두산건설 등이 매물로 거론돼왔다. 두산그룹을 이를 통해 최소 3조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상태다.

추정가 8000억원으로 주목받은 두산솔루스만 해도 매각이 여의치 않다. 소위 ‘진대제 펀드’로 불리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한차례 매각협상이 불발되면서 시장에서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공개매각으로 전환했지만 쉽사리 나서는 회사가 없다. OLED 소재·전기차배터리 동박업체인 두산솔루스의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가 단독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대기업을 전략적투자자(SI)를 끌어들이기에도 두산솔루가 확보한 전지박 생산량이 경쟁사들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 제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미래 성장잠재력이 큰 두산솔루스 매각마저 속도를 내지 못하자, 두산의 또 다른 알짜 자산의 매각설만 솔솔 제기되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최근 후순위로 미뤄뒀던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추진에 나섰다.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를 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산밥캣을 분리해 매각하는 것이라,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게 증권가 반응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액 8조1858억원, 영업이익 8404억원을 거둔 두산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제외하면 추정 매각가는 6000억~8000억원이다.

부채가 1조7800억원에 달하는 두산건설의 경우, 부실우려가 없는 자산 위주로 분리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회수 채권이 있는 인천 학인두산위브아파트, 고양 일산 제니스상가 등이 거론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할 경우, 장기적으로 두산 계열사 전반의 기업가치를 떨어트릴 것이란 우려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투자경기가 예년만 못한 터라, 보다 유리한 가격에 사들이려는 IB업계와 신경전이 심해져 두산이 제 값을 받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같은 핵심 계열사의 실제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 “두산이 당장 유동성 확보가 급하지만, 서두르다보면 오히려 헐값 매입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이번주 이동걸 산업은행을 회장을 만나 ‘담판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매각, 유상증자, 비용 절감 등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의지를 채권단에 재차 피력하는 동시에 최근 매각작업을 둘러싼 임직원들의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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