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코로나19에 '립스틱 효과'도 옛말…'믿는 구석'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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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20-06-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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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얼마 전 지인 결혼식 참석을 앞두고 마스크 착용 때문에 메이크업을 놓고 고민했다. 마스크를 안 할 순 없는 노릇인데, 무더운 날씨에 마스크까지 하니 무슨 수를 써도 피부 화장이 금세 지워지기 때문이다. 그러자 지난주에 결혼식을 다녀온 친구가 기발한 해법을 제시했다. "눈만 하면 되잖아." 코로나19 장기화로 나타난 신(新)풍속도다.

불경기에는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립스틱 효과'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코로나19로 선호 제품부터 유통망까지 산업 지형 전반이 변했다. 도자기 같은 피부를 만드는 커버력 좋은 제품에서 지워져도 티가 안 나는 톤업크림이 인기다. 주변에서는 이참에 피부 화장을 안 하는 '파데 프리'를 선언한다. 대학 시절 코덕(코스메틱 덕후)이었던 한 친구는 한술 더 떠 매일 아침 민얼굴로 집을 나선다. 직접 써보고 살 수 있다는 오프라인의 장점도 사라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3월 매출 동향에 따르면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1% 상승했다.

K뷰티가 성장한 원동력에는 한류 열풍과 뛰어난 기술력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로 글로벌 시장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내수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유행에 민감하고 부지런히 트렌드를 이끄는 한국 여성들의 영향이 크다. 작지만 든든한 내수 시장이 없었다면 3CE(쓰리컨셉아이즈)나 닥터자르트 등 국내 뷰티 스타트업이 성장 스토리를 쓰며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내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여서 업계에서는 동남아, 중동 등으로 수익 창구를 다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브랜드들도 한국을 통해 아시아 흥행을 점쳐볼 만큼 여전히 한국 시장이 갖는 의미는 크다. 그간 우리에게 믿는 구석이었다.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데 이어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하며 '노 메이크업'이 널리 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거리 풍경만큼이나 산업 지형도 달라졌다. 안방시장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산업2부 오수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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