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진짜 도전 시작된 文…신남방+호주 등 선제적 연대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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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박경은 기자
입력 202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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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략적 모호성 버리고 현실적인 외교전략 세워야"

  • "미·중 갈등 리스크 불가피, 국익 위한 해법 나와야"

주요 2개국(G2) 미·중의 신(新)냉전 속에 문재인 정부 외교의 진짜 도전이 시작됐다. G7 정상회의 참석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외교력이 한층 격상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 풀어야 할 외교 난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잠잠했던 한·일 갈등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한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로 재점화될 위기에 놓였다. 중국과는 미국의 반중(反中) 기조가 상수화하는 흐름 속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재현이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외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미·중 사이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정부의 선택지도 좁혀지고 있다. 외교안보전문가 6명은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중 간 갈등이 한층 격화되고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시의적절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중 갈등 속 한국 외교 나아갈 방향은. [그래픽=아주경제 편집팀]


◆“文정부, 미·중 사이 중견국 공조 택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중견국들과 공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G2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전략적 모호성을 이어나가기보다 같은 처지에 놓인 신남방 국가와 인도, 호주 등 중견국가와의 연대를 통해 자구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한국과 인도·호주·러시아를 초청했다. 또 한국과 일본·호주·인도·뉴질랜드·베트남을 향해 자국 주도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중 사이에 낀 상황에 노출된 국가가 한국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나라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외교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한국이 중견국으로 자리 잡아 미·중 모두에 당당하면서도 신중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하며 “그 수단 중 하나가 중견국과의 동맹”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미·중 갈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량을 넓혀야 한다고 분석하며 “중견국 공조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레버리지(영향력)를 높일 수 있는 틈새를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유사한 점을 언급, “그런 차원에서 국제적 네트워크를 중층적으로 구축해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각수 전 주일한국대사도 다자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전 대사는 “미·중 갈등 이전에 대외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동남아는 아시아에서 성장이 가장 빠른 지역"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정부가 한·미 동맹 등 대미(對美) 관계를 고려해 중국보다 미국에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미·중 갈등 속 한·중 관계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을 선택함으로써 오는 불가피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과제”라고 주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 강행 보복 조치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 걸림돌’ 남남갈등 해결도 우선과제로

일각에선 주변국과의 연대로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교 현안이 국내 정치·사회문제로 번지는 ‘남남갈등’ 해결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내세운 외교원칙이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으로부터 존중을 받기 위해선 국민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 대표였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여야 간 대립으로 퍼지면서 한·일 역사 문제 해결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일본 매체들은 윤 의원 논란과 G7 초청 등으로 퍼진 한국 내 정치적 대립을 거론하며, 한국 외교가 국내 갈등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호철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남남갈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했다. 다만 국민통합이 하나의 정치적 목소리를 낸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로 국민들이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과 소신을 표출할 수 있다. 보수든 진보든 모두 국가 입장에서 판단하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가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외교 숙제”라고 부연했다.

‘한·미 동맹에 올인해야 한다’, ‘미래 남북 관계를 위해서 중국이 중요할 수 있다’ 등 서로 대립한 정치적 목소리를 하나로 통합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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