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소비자로 가장해 '최저가' 맞는지 확인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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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6-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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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배달앱 요기요의 최저가보장제 강요행위에 대해 제재

  • "배달음식점의 가격 결정에 관여한 행위는 부당 경영 간섭"

소비자는 위했지만 정작 음식점에는 희생을 강요했다. 배달음식점 대부분이 개인 자영업자이고 영세업자가 많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계 2위 요기요 이야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요기요가 배달음식점에 거래상 지위 남용을 했다며 4억6800만원의 과징금과 행위 금지명령을 내렸다.

이 사건은 한 배달음식점의 제보로 시작됐다. 요기요 앱에서 최저가로 음식을 판매하라는 강요를 견디지 못하겠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공정위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조사 요청이 들어온다. 그 많은 제보 중에서 공정위는 요기요 사건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6년 6월 사건을 접수한 공정위는 그해 하반기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연합뉴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갑질'처럼 보인다. 행위는 단순했지만 그 효과나 영향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기존 시장과 연장 선상에서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기요는 배달음식점과 소비자들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온라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시장 상황과 형태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앞서 배달 앱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관한 사례가 없었던 점도 공정위를 신중하게 만들었다. 관련 정황을 파악한 후 지난해 위원회에 이 사건을 상정했지만 밀린 조사들로 인해 순연됐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후 4년 후에야 제재를 확정한 이유다.

◆최저가 확인하려 음식점에 '미스커리 콜' 조사도

문제가 된 것은 최저가 보상제다. 요기요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최저가 보장제를 시행했다. 말 그대로 요기요 앱에서 음식 값이 가장 낮아야 한다는 뜻이다. 요기요가 아닌 다른 배달 앱이나 전화 주문 등에서 저렴하게 파는 것을 금지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이는 가격 차별로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방지하고, 배달 앱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위했지만 정작 배달음식점은 위하지 않았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음식점들이 요기요에서 최저가로 판매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요기요 직원은 일반 소비자로 가장해 요기요에 가입한 배달음식점에 가격을 문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저가 보장제를 지키는지 확인했다. 이른바 '미스커리 콜'이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요기요 가격이 다른 경로를 통해 주문한 가격보다 비쌀 경우 그 차액의 300%(최대 5000원)를 쿠폰으로 보상해 주기도 했다.

[사진=요기요 기업 이미지]

요기요는 이런 방식으로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최저가 보상제를 지키지 않은 음식점 144건을 적발했다. 이 중 87건은 소비자 신고, 55건은 요기요 자체 모니터링, 2건은 경쟁 음식점 신고로 위반 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요기요는 음식점에 판매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다른 배달 앱에서의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은 음식점 43개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공정위, 배달앱의 음식점 가격 관여는 '경영 간섭'

공정위는 요기요가 음식점의 가격 결정에 관여하는 것을 경영 간섭이라고 봤다. 거래상 지위 남용인 것이다.

현재의 시장 구조상 음식점 입장에서는 요기요와의 거래가 필수다. 소비자는 하나의 배달 앱을 꾸준히 사용하는 반면, 음식점은 요기요뿐 아니라 배달의민족 등 다른 앱에 두루 등록해 사용한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요기요는 포기할 수 없는 매출선이다.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2015년 26.3%, 2016년 26.5%, 2017년 26.7%다.
 

공정거래위원회 조홍선 서울사무소장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배달 앱 '요기요'의 최저가 보장제 강요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홍선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은 "요기요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배달음식점이 요기요에 의존하는 매출이 15% 안팎"이라며 "음식점 입장에서 요기요를 통하지 않으면 이만큼의 매출을 잃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과점하고 있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요기요를 대체할 새로운 거래처를 찾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요기요는 공정위 조사와 심판이 이뤄지던 당시 최저가 보상제를 시행해야 했던 배경으로 '무임승차 피해'를 들었다. 즉 요기요의 판매 가격이 다른 곳보다 저렴하지 않으면, 요기요 앱에서 주변에 어떤 음식을 파는지, 메뉴가 뭔지, 가격이 얼마인지 파악한 후 음식점에 직접 전화해서 주문하거나, 더 저렴한 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요기요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임승차 가능성이 없는 구조라고 결론냈다.

조 국장은 "배달음식점은 호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빈번하게 거래된다"면서 "또 상대적으로 영세하기 때문에 편리성을 갖춘 자체 주문 시스템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요기요에 접근했다가 전화로 주문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이유는 적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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