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타이요홀딩스 홈페이지]
최근 일본 반도체 부품 제조사 가운데, 한국에 공장을 건설, 현지 생산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칸토덴카(関東電化)공업이 한국 공장에서 생산을 개시했으며, 타이요(太陽)홀딩스도 최근 한국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실시중인 수출 제한 조치 이후, 한국에서는 서프라이 체인(공급망)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각종 제약이 많은 수출에서 현지생산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며, 이러한 공급망 재편이 일본계 관련 업계에 뉴노멀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프린트 배선판(PWB) 소재 제조사인 타이요홀딩스는 18일, 반도체 패키지 기판용 드라이필름형 솔더레지스트를 한국에서 생산한다고 밝혔다. 6월에 자회사 '타이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을 설립해, 연 400만㎡의 생산능력을 가진 공장을 신설한다.
드라이필름형은 미세회로 패턴 형성에 적합하다는 것이 장점이며, 전자장치가 많이 들어가는 자동차 및 스마트폰 등 IT기기에서 앞으로 많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생산을 통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최대업체인 삼성전자와 자율자동차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등의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드라이필름형 솔더레지스트 분야에서 80~90%의 세계 점유율을 자랑하는 타이요홀딩스는 지금까지 키타큐슈(北九州)공장에서 생산, 수출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 이후, 한국 정부는 국내 생산 및 수입선 다변화 등 기존 서프라이 체인의 재편작업에 돌입,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타이요홀딩스 홍보관계자는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에 대한 수출에 영향을 받고 있다. 업무지속계획(BCP) 관점에서도 현지 생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한일관계 악화 이후 현지화 급속도로 확산
실제로 일본계 반도체 소재 제조사들은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지 생산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칸도덴카공업은 충남 천안에서 황화카르보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전 공정에서 사용되는 특수 가스로,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생산되지 않았으며 한국 기업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아울러 천안 공장 내에 기술지원센터를 개설, 개발에 있어서도 고객대응능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토소(東ソー)는 자회사 토소 쿼츠를 통해 연내에 반도체 장치용 석영 유리를 제조하는 현지 법인을 설립, 2021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학제조사 ADEKA도 일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고유전(高誘電) 재료인 '하이-K재료' 등 일부 반도체 소재를 "한국에서 생산해 DRAM용으로 공급을 확대해 나갈 방침"(홍보관계자)이라고 한다.
이 밖에 도쿄일렉트론이 삼성전자 평택공장 주변에 '평택 테크니컬센터'를 신설하는 등 고객지원 강화에 나서는 움직임도 있다.
■ 한국, "국내생산 환영"
일본계 기업들이 한국에서 생산을 늘리고 있는 움직임을 한국 기업들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노력으로 국산화가 성공했다고 해도, 수율 저하 우려로부터는 어느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어, "고품질이 보증된 일본제품을 계속 사용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반도체업계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칸토덴카공업의 홍보관계자는 "지난해 천안공장을 가동, 현지 생산을 시작한데 대해, 고객인 한국 기업은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한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싶은 한국 정부도 일본계 기업의 '한국 내 생산'에 대해서는 용인하는 분위기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상무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조치를 통해, 서프라이 체인의 로컬라이제이션의 필요성을 통감했으나, 목표가 일본계 기업으로부터의 조달을 0으로 하는 '탈 일본'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일본 반도체 소재 제조사들의 일련의 움직임은 BCP 대응 및 고객만족도 향상을 목표로 하는 일본계 기업과 서프라이 체인 재구축을 목표로 하는 한국 기업⋅정부의 이해관계가 일치된 결과라고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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