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에 잡무 못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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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기자
입력 2020-05-2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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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국토부, 계도기간 부여 후 단속하기로

  • 관리 비용 증가로 고령 경비원 해고 우려도

지난 10일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희석씨가 자택에서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최씨는 지난달 21일 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이중 주차된 차량을 옮기려고 했다가 해당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했다. 최씨는 근무하던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소위 ‘갑질’과 ‘폭행’을 당한 것이다.

앞으로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 다른 일을 맡기지 못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씨 사건의 발단이 된 주차도 마찬가지. 경찰과 국토교통부는 계도기간을 거쳐 경비업법 위반 행위를 본격 단속하기로 했다.

경비업법은 아파트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 다른 일을 맡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15조의2 제2항).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업법상 시설경비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대상시설에서의 도난·화재 그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방지하는 업무에만 종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그러나 이러한 경비업법은 최소한 아파트 관리현장에서 만큼은 사문화되어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자신들 본연의 업무 외에 택배수령, 불법 주차 단속, 제초작업, 조경관리, 주차대행 등 기타 잡무도 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법대로 하면 경비원 외에 잡무 처리 인력을 별도로 운영해야 하는데 그 만큼 입주민이 부담해야 할 관리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비용 증가가 고령 경비원들의 대량해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었다.

이 때문에 당국도 아파트에서 만큼은 단속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 최희석씨 사건을 계기로 관계당국의 입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공동주택 경비 업무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올 연말까지 사전 계도기간을 거처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도 “경찰과 협업해 법령 개정 등 공동주택 경비업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법률상 즉시 단속할 수 있지만 일선 현장의 사정을 감안한 부속 법령의 제·개정 절차를 밟겠다는 것인데 단속대상과 가능한 잡무 범위 등을 새로이 한 뒤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서울시도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 개정안의 초안을 만들어 현재 각 자치구의 의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초안에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택배수령, 불법 주차 단속, 제초작업, 조경관리, 주차대행 등 기타 잡무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올해 초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고 최희석씨 사건 이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자치구 검토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결정·심의한 뒤 이번 달 안으로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러한 관계 당국의 입장 변화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고령 경비원들의 대량해고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다. 법대로라면 경비업무 전담 경비원과 잡무 처리 인력을 별도로 운영해야 하는데, 아파트 입주민들이 관리 비용 증가를 감당할 리 없다는 것이다. 

경비원을 해고하고 전자경비시스템을 도입하는 대신 잡무처리 인력을 새로 고용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고령 경비원들의 대량 실직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경비원의 근로환경 개선이냐 대규모 실직 방지냐의 갈림길 속에 관계 당국의 태도 변화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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