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팔고 빈살만은 사고"...은행·에너지株, 위험신호 vs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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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5-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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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핏, 항공주 전량 이어 골드만삭스 84% 매각...'은행·에너지 탈출'

  • "탄탄한 자금 앞 위기는 기회"...항공·에너지·은행 5배 늘린 빈살만

'투자 현인' 워런 버핏이 항공주 보유 물량 전량을 매도한 데 이어 미국 대형 은행과 에너지 업계의 매물도 쏟아내는 가운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국부펀드는 이들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국제유가 폭락 저지 전망을 두고 엇갈린 이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워런 버핏, 항공주 이어 은행·에너지 대탈출

16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3월 말 골드만삭스 보유지분의 약 84%를 매각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했다. 올 1분기 코로나19 사태로 골드만삭스의 주가가 33%나 떨어진 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지자 버핏은 대량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 최대 주주 중 하나였던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유지분은 지난해 말 1200만주에서 3월말 190만주로 크게 줄었다. 시장가격 기준 28억 달러(약 3조4500억원)에서 3억3000만 달러로, 지분율은 2.9%에서 0.6%로 대폭 떨어졌다.

앞서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50달러에서 150달러까지 자유 낙하한 골드만삭스 지분을 50억 달러를 들여 매입하면서 주요 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아울러 버핏은 또 다른 대형 투자은행인 JP모건의 지분은 1.94%에서 1.88%로 축소하고, JP모건의 상업은행 체인인 JP모건체이스 지분은 약 3%를 줄였다. 이달 11~12일에는 US뱅코프 주식도 49만7786주(1630만 달러)를 매도해 지분율을 10% 아래로 낮췄다.

버핏의 이번 행보는 그간 그가 선호해왔던 은행주 비중을 줄이겠다는 신호로 해석돼 벌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로 저금리가 장기화하거나 마이너스 금리에 돌입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는 것이다. 저금리가 지속하거나 기준금리가 0% 아래로 떨어지면 이자 마진이 축소해 은행권의 수익성에 흠집이 나기 때문이다.

월가는 이르면 올해 말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마이너스 금리에 들어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선물'을 미국에 보내야 한다"며 연일 마이너스 금리를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 반대 의사를 확실히 못박았지만, 국채시장 트레이더들은 '서브 제로' 금리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적극 베팅 중이다.

이밖에 버크셔는 석유업체 필립스66의 지분도 전량 매도했다. 지난달 21일 국제유가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원유 수요 붕괴로 저유가 장기화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EPA·연합뉴스]
 

◇"위기는 기회"...美 주식 5배나 늘린 빈살만
 
자산 규모가 3000억 달러(약 370조원)에 이르는 사우디의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는 전날 SEC 분기 보고서에서 3월 31일 종가 기준 보유 주식 총액이 24종목 97억7720만 달러(약 12조원)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PIF의 보유총액이 테슬라·우버 주식 21억8270만 달러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다만 PIF의 투자 행보는 워런 버핏의 판단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앞서 버크셔 해서웨이가 전량 매도한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4대 항공주를 비롯해 은행과 에너지 업계의 주식도 대량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PIF가 투자한 미국 회사는 3월 31일 기준 △보잉(7억1370만 달러) △시티그룹(5억2200만 달러) △매리어트(5억1393만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4억8760만 달러) △BP(8억2780만 달러) △토탈(2억2230만 달러) △로열더치셸(4억8360만 달러) △캐나다 오일샌드 회사 선코에너지(4억8110만 달러) 등이다. 이외에도 각각 5억2220만 달러와 4억9580만 달러어치의 페이스북과 디즈니 주식도 매입했다.

PIF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주요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현재 상황을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모습을 그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있는 한 벽화.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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