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경제 패러다임 변화 불가피....제도와 규범도 바뀌어야

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 2020-05-15 06:00
 

[주재우 교수 ]


[주재우의 프리즘]  최근 국내외에서 코로나사태가 국제질서에 미칠 영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논쟁의 핵심은 국제질서의 변혁이다. 대다수가 코로나사태 이후 국제질서의 본질적 변화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들의 예측은 지금까지 각국의 사태수습과정에서 드러난 국가 행위의 사상적 토대에 근거한다.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사태의 책임 공방론이 펼쳐지고, 보호주의가 경제회복 최선의 수단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심지어 국수주의가 국제질서의 변혁 논리를 정당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로 국제질서의 대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의 명저 <예정된 전쟁>도 이를 뒷받침한다. 책의 부록에서 제시된 16개의 국제질서의 변혁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가 제시한 사례에는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국제질서의 본질적인 변화는 기존의 패권국이나 신흥세력의 패망을 전제로 한다. 이런 전제는 절대적이다. 전쟁을 통해서든, 국력의 쇠약으로든, 어떠한 이유에서든 패권국이나 신흥강국 중 어느 한쪽이 반드시 멸망해야한다. 그렇지 않고서 새로운 체제의 국제질서의 출현은 불가능하다.

대신 코로나사태 이후 국제질서의 패러다임 변화(paradigm shift)는 기대가 가능하다. 사태의 처방전으로 동원된 새로운 사회적 운동은 학습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그 결과 인류의 행동 양식과 규범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적 운동이 가능해진 이유는 4차 산업의 발달 결과로 축약될 수 있다. 정보기술(IT)을 토대로 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생활경제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인류는 신천지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것들이 국제체제나 국제질서의 본질적 변화를 유발시킬 만큼의 파괴력은 없다. 단지 위기대응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의 변화는 기존의 양식, 규범과 제도에 변혁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새로운 행동 양식과 규범은 새로운 행위 메커니즘과 이를 수반하는 법적, 제도적 혁신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런 혁신이 국제질서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왜냐면 이를 유지하는 국가의 국력을 잠식시키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새로운 국제체제와 질서를 창출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만약 이런 기술을 세력 확장이나 영향력의 확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정보기술,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비트코인, 드론, 5G 기술 등을 상대국을 패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기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4차 산업이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이버 전쟁은 새로운 ‘핵전쟁’을 의미한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사이버 공격의 파괴력은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생존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제로섬’의 결과가 자명하다. 사이버 전쟁을 억지하기 위한 국제 차원의 제도와 질서는 마련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핵무기의 통제 수단으로 마련된 비확산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실험금지조약, 전략무기제한조약(SALT) 등의 제도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사이버안보를 위해 사이버공격을 기존의 질서체제에 새로운 통제대상으로 추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존의 질서체제를 대체할 수준의 것은 아니다.

대신  사회적 운동으로 유발되는 새로운 행위 양식과 규범이 새로운 행동의 패러다임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개인,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부터 ‘자가 격리’까지 등의 사회적 운동은 생활경제는 물론 기업과 국가 행위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그 결과 기존의 사회구조와 경제체제도 이에 상응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가령, 원격회의는 더 이상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영화에서나 봐왔던 가상세계의 소통방식을 인류가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직접 체험하고 있다. 원격세계에서 상호 소통의 기술력이 한층 더 강화되면 소통의 패러다임마저 바꾸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핀테크 역시 생활경제에서 급속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디지털 화폐, 가상 금융이 한층 더 발전하면서 생활경제의 혁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기존의 기축통화 개념에 새로운 장을 열어줄 계기가 될 것이다.

기업은 재테크와 최소한의 인력으로 전전긍긍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지만 4차 산업의 미래 경영 방식을 조기에 경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진가가 위기사태에서 발휘되면서 기업경영에 창의적 혁신을 불러 오고 있다. 코로나사태 이후에 기업은 직접 경험한 경영혁신을 현실화할 태세다. 이번 사태로 기업의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기업은 효율을 극대화 수 있어 이를 내심 반기고 있다.

국가는 기업 구조조정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 방안을 모색해야하는 과제에 당면하고 있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선진국 또한 제조업을 재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모습이다. 그간 선진국은 서비스업, 금융업 등 3차 산업이 발달한 경제체로 정의되어왔다. 작금의 위기사태로 제조업 없는 3차 산업만으로 생존이 어렵다는 현실을 선진국들이 깨닫고 있다. 선진국의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글로벌 공급체인의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잠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편적 가치에서 인류의 공동 번영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정립되어야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코로나사태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 파급효과는 개인과 기업의 행위는 물론 국가 행위의 창의적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의 핵심기술은 코로나사태를 계기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이제 세상은 원격조정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인류의 행동 패러다임에 변화는 불가피하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경제회복에 더 없는 호기가 될 수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 정부는 4차 산업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이는 규제 완화로 귀결된다. 원격조정이 가능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일례로, 드론, 자율주행이 가능한 사회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가상 금융 및 화폐의 활성화를 위한 창의적 혁신이 제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제도와 규범에도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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