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너무 비싸"...월가 전설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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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5-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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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지펀드 거물들, 시장·경제 비관 목소리 높여

  • 불안한 트럼프 "월가 큰손들 얘기 믿지 말라"

"1999년 이후 가장 고평가됐다."

헤지펀드 업계 전설로 통하는 스탠리 드러켄밀러와 데이비드 테퍼 등 월가 거물들이 잇따라 미국 주식의 과대평가를 경고하고 나섰다. 시장이 기대하는 경제의 빠른 회복은 환상에 불과하며, 주식의 위험 대비 기대 수익은 수년 만에 가장 낮다는 지적이다.

이런 시각은 월가 머니매니저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13일(현지시간) 전했다. 빌 밀러, 폴 싱어, 폴 튜더 존스 등도 최근 시장과 경제 비관론에 무게를 실은 월가 큰손들이다. 이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부양,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재정 부양이 치솟는 실업과 도미노 파산에 따른 경제 충격을 상쇄할 수 있을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3월 저점 대비 S&P500지수의 26% 반등을 이끈 시장의 낙관론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현재 S&P500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2.5배로 2000년대 닷컴 버블 이후 가장 높다.

130억 달러 규모의 아팔루사 헤지펀드를 이끄는 테퍼는 13일 CNBC 인터뷰에서 나스닥 일부 종목의 밸류에이션이 "미쳤다"며 지나친 고평가를 우려했다. 지난 3월 말만 해도 그는 증시에서 기술과 의료 관련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고 했지만 한달 만에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방어적으로 변한 것이다. 테퍼는 또 은행과 항공사 종목도 현재 투자하기 어려운 업종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전인 12일에는 드러켄밀러가 뉴욕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시장 상승을 이끈 유동성이 곧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식을 보유하는 데 따른 리스크가 잠재적 보상을 전례없이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공격적 매매로 한때 월가를 풍미했던 폴 튜더 존스는 5월 초 자신은 안전자산을 찾아 금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부분은 비트코인에 넣었다고 밝힌 바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칼 아이칸은 4월 말 자신은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금을 비축하고 상업용 부동산 주식에는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오메가어드바이저스의 레온 쿠퍼맨은 지난 4월 말 S&P500지수의 적정 거래 범위로 2200~2800을 제시했었다. S&P500지수가 13일 종가(2820.00)에 비해 최대 22%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월가 거물들의 잇따른 비관론은 올해 11월 재선 도전을 앞두고 시장과 경제 회복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위터로 "소위 '큰손'이라는 이들이 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할 때 늘 기억해야 하는 건 누군가는 역투자를 해서 시장이 떨어질 때 떼돈을 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긍정적이고 공개적으로 그걸 밝힐 때는 시장이 오른다. 그들은 여러분을 양쪽으로 이끈다"고 적었다. 월가 거물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공개 발언을 통해 시장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움직여 이익을 보려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향후 전망에 비관적인 것은 월가 큰손만이 아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3일 연설을 통해 기업들의 연쇄 도산과 실업으로 인해 경기 침체 장기화를 경고했다. 그러면서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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