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미국으로부터 연간 5000명의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한다고 한다. (사진=영 파이오니어 투어 제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자국 감염자 수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는 등 그 실태가 베일에 쌓여 있다. 한편으로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창구인 중국인 관광객을 1월부터 전면 금지한 것을 보면, 북한 당국이 사태를 조기에 심각하게 여겼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북한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 대책으로, 중국 관광객 입국을 1월 22일부터 전면 금지했다. 최초 발생지로 일컬어지는 우한(武漢)시에 대한 중국 당국의 봉쇄가 23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대응이 얼마나 빨랐는지를 알 수 있다.
많지 않은 합법적 외화획득수단 중 하나인 관광사업을 사실상 전면 중단한 것을 보면, 북한 당국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었다는 것이며, 또한 2월 초에는 중국, 러시아로 향하는 항공편과 열차편을 전면 운휴 조치해, 북중국경 간에 인적 왕래 또한 거의 없어졌다.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미국 퍼시픽포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북한이 관광사업을 통해 획득하고 있는 외화를 1년간 약 1억달러(약 107억엔)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남북경제협력사업인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획득했던 외화규모에 필적한다.
중국에서는 가난했던 시절 자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북한을 방문하는 '회고관광'의 인기가 높다. 북한 전문 뉴스 사이트 'NK뉴스'에 의하면,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역대 최고인 35만명이 북한을 방문했다.
■ 물자 이동이 급감
북중 국경 봉쇄로 전체 교역액의 90% 이상을 의존하는 중국과의 물자이동도 극단적으로 감소했다. 중국관세총서에 의하면, 3월 북한과의 무역총액은 1864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1.3% 감소했다. 구제적인 내역을 보면, 북한으로부터의 수입액이 61만달러로 91.3% 감소, 수출액은 1803만달러로 90.9% 감소했다.
북한문제에 정통한 세이가쿠인(聖学院)대학 정치경제학부 미야모토 사토루(宮本悟) 교수는 "북한이 외화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그래도 사람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 이번에 취해진 단호하고 철저한 입국금지 대책은 '국민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에서, 핵개발을 추진하는 논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분석한다.
북한 매체에 의하면,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이달 1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개최해, "감염 위험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다"는 전망을 밝혔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 등을 염두에 두고, 정책목표를 하향수정했다. 신종 코로나 봉쇄전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며, 그간 경제에 대한 타격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감염방지책도 계속 유지되나
북한 내부적으로는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실시중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에드윈 살바도르 평양소장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4월 2일 기준으로 외국인 포함 2만 5000명을 격리했다고 한다.
이는 이날까지 실시한 바이러스 감염 PCR 검사 수(709명)를 웃도는 규모로, "'기침, 열 등 증상이 있다면 우선 격리한다'는 당국의 방침 떄문"(미야모토 교수)이라고 한다.
■ 북중 국경 봉쇄는 장기화
탈북자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에 의하면, 5월이나 6월까지 북중 국경 봉쇄의 해제를 요구하는 중국 정부에 대해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봉쇄는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여행 상품판매의 75%를 차지하는 영 파이오니어 투어의 로완 비어드 투어매니저는 "백신이 개발된 후, 북한에서도 접종이 가능해질 때까지 북한여행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중국경봉쇄는 북한이 감수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 상황도 문제지만, 사태의 장기화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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