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완의 '기사'식당] 김 관장은 근 손실보다 손님 손실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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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0-04-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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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나는 음악 흘러나오던 GX룸에는 침묵만

  • 러닝머신 25대 중 사용하는 기구는 7대뿐

  • "제한 완화됐지만 언제 또 문 닫을지 몰라"

[편집자 주] 어서 오세요. 기사(記事)식당입니다. 얼굴 모르는 이들이 흘리는 땀 냄새와 사람 사는 구수한 냄새가 담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딩동' '딩동' '딩동'

지난 13일 메시지 알람이 세 번 울렸다. 다니는 송파구 소재 A헬스장에서 온 단체 문자다. 신규 회원은 가입 시 추가 할인을 해주며, 등록 시 무려 5개월을 더 얹어준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23일 정부 권고에 따라 문을 닫은 뒤 손님 발길이 끊기자 내놓은 대안이다. 이곳은 이날 20일까지 총 11번의 단체 문자를 보냈다. 이틀에 한 번꼴이다.

영업 제한 권고 해제를 하루 앞둔 18일에 헬스장을 찾았다. GX룸(줌바 댄스 등 강의가 이뤄지는 곳)에서 들리던 함성 대신 쥐 죽은 듯한 고요함이 가득했다. 날카로운 쇠질(역기·아령 등)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김 관장이 땀 대신 눈물을 흘리는 이유다.

영업 제한 권고 해제를 하루 앞둔 지난 18일. 이날 헬스장에는 러닝머신 25대 중 7대 만이 돌아가고 있었다. [사진=홍승완 기자]


◆전화가 왔다...회원권 중지 문의였다

여름철을 앞두고 헬스장 등록을 하러 온 손님으로 붐벼야 할 상담 데스크에는 아무도 없었다.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 두 명만이 모니터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트레이너는 총 8명.

그러나 이날 출근한 직원은 1명에 불과했다. 헬스장 관계자는 "정부 준수사항을 지키며 운영하고 있지만, 회원권 사용을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익이 줄다 보니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일하는 직원들을 쉬게 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평소 같으면 운동하러 나온 손님들로 넘쳐났을 토요일. 헬스장 내 신발장에는 키가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헬스장을 찾은 손님들이 그만큼 없다는 의미다.

이날 150평 규모의 헬스장에는 열 손가락에 꼽을 만큼의 인원이 운동하고 있었다. 운동하는 이들도 코로나19를 의식한 듯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서 일하고 있는 이 모씨(26)는 "정부에서 내려오는 준수사항을 지키면 헬스장 문을 열 수 있지만, 회원 입장에서는 다소 번거로운 게 사실"이라며 "운동복과 개인 물컵, 수건은 개인 지참이고 거리 유지로 인해 기구 사용 제한도 있어 회원권 중지 관련 문의가 많다"고 했다.

 

평소라면 운동하러 나온 손님들로 붐볐을 토요일이었지만, 모든 역기와 기구들은 '잠시 멈춤' 상태였다. [사진=홍승완 기자]


헬스장 기구들도 고강도로 이뤄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러닝머신 25대 중 사용할 수 있는 기구는 절반뿐이었다. 이용자간 최소 2m 이상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2대당 1대 꼴로 사용금지 스티커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바쁘게 돌아가던 러닝머신 소리는 온데간데 없었고 7명 만이 멀찌감치 각자 거리를 유지한 채 뛰고 있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둔 헬스장의 4월 중순 풍경이었다.

◆단체 문자, 이건 소리 없는 아우성

'딩동'

지난달 22일 또 다른 헬스장은 회원들에게 단체 문자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2주간 실내 체육시설 운영 중단'이라는 정부 권고가 시행되기 하루 전날이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이같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해당 문자에서 헬스장 관계자는 "버스, 카페, 술집에는 마주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침 튀기며 입에 넣던 수저로 음식을 같이 먹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헬스클럽 운영 중지 권고를 준수하지만, 이는 현명한 조치는 아니다"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부 정책에 서운함을 드러내는 곳은 비단 헬스장뿐만이 아니었다.

요가 프랜차이즈인 '아메리카요가' 종각점은 휴원 공지 문자를 통해 직접적으로 정부를 저격했다. 22일 해당 지점은 문자에 "무능한 정부가 수입해오고 신천지가 유통한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심각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을 담아 회원들에게 보냈다.

논란이 커지자 아메리카요가 본사는 "해당 가맹점이 임의로 작성한 내용"이라며 "뜻하지 않은 가맹점의 임의 공지문에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헬스장과 요가업체 등이 고사 위기에 처하면서 문자를 통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신규회원과도 거리두기가 됐다

정부는 20일부터 교회·술집·헬스장 등 실내 시설에 대한 운영 중단 권고를, 운영 자제 권고로 한 단계 낮췄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조처다.

헬스장은 완화된 조처에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개운하지만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악화하면 또 셔터를 내려야 할지도 모르는 까닭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21일 저녁. 다시 찾은 A헬스장은 줌바 댄스, 필라테스 등 대면 수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언제 다시 중단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했다.

 

20일부터 교회·술집·헬스장 등 실내 시설에 대한 운영중단 권고가 운영 자제 권고로 완화됐다. 하지만 헬스장 내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어지고 있다. [사진=홍승완 기자]


헬스장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수업 재개를 공지했지만, 정부 지침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관련 소식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손해를 감수하면서 문을 열어도 신규회원은 뚝 끊긴 상태다.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딩동'

이날 저녁 돌아가는 길에 한 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소개킹 프로모션!' 지인 소개 시 회원님은 한 달 추가와...."

근 손실보다 손님 손실 걱정이 앞서는 김 관장의 다급함이 담겨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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