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튜브] 5년 사이에 바뀐 감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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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0-04-2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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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의 관광명소, 도톤보리(道頓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말 '에'(え)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감탄사다. 느낌표(!)를 붙이면 당황을, 물결표(~)가 따라오면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어디에서 왔습니까?"

일본 오사카 지하철에서 안내서를 읽고 있는 내게 한 일본인 중년 여성이 물었다. "한국"이라고 하자 그녀는 "에!"라는 감탄사와 함께 황급히 내게서 떨어졌다. 한국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던 2015년의 일이다.

당시 일본 교도통신은 후생노동성 관리들을 인용해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한국과 정보 공유 약정이 있는데도 어떤 병원인지 알려주지 않는다"며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하지만 5년 뒤,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 CNN·CBS방송 등 외신에 '한국'이 오르내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 한국의 '역주행'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둔화세에 접어들었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22일 일본에서 450명이 감염된 것과 극명하게 갈린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에 비판적이던 일본 언론도 지금은 목소리를 한 톤 낮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한국엔 있고, 일본에 없는 것으로 '강력한 사령탑'을 꼽으며 한국을 코로나19 확산 대응의 모범사례라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성적표는 유튜브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담은 브이로그(VLOG, 일상 기록 영상)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한 미국인 유튜버는 지난 4일 올린 영상에서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Life is normal)"며 빵과 통조림, 라면 등이 마트 진열대를 가득 메운 모습을 보여줬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쌀·밀가루 사재기가 일어났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성공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한 한 해외 누리꾼의 댓글에는 23일 기준 7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러 동의했다.

며칠 전 일본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냐는 친구의 질문에 '스타벅스'라고 말하자 수화기 너머로 "에~"라며 놀라움 섞인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일본에선 정부의 긴급사태 발령으로 스타벅스 커피 체인 약 850개 점포가 문을 닫은 까닭이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한국이 다른 나라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감탄이 '한탄'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확진자가 준다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져선 안 된다. 그럴 때마다 5년 전 일본에서 들었던 "에!"를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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