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문재인 정부의 진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키무라 교수 (사진=NNA)]
15일에 실시된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는 진보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그 자매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선거전 128석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180석까지 의석수를 늘리는 압승을 기록했다. '거대여당' 탄생은 향후 문재인 정부의 정국운영과 악화된 한일관계, 2022년에 실시되는 차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코베(神戸)대학의 키무라 칸(木村幹)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진보여당이 압승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잘 통제한 한국정부의 대응에 대해 세계가 평가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여기서 방심하면 감염이 재차 확산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위기감이 '현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는 결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당도 이 정도로 압승할 것으로는 예측하지 못한거 같다.
=선거가 1개월 늦었거나 빨랐어도 이번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총선은 여당 입장에서 가장 좋은 타이밍에 실시됐다. 분위기상으로는 200톤이 넘는 금모으기 운동 등 국민들이 단합해 아시아 통화위기를 극복한 김대중 정권 당시와 비슷하다.
-문대통령은 안정된 정국운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당압승은 문재인 정부에게 '양날의 칼'이다. 180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된 반면, 재벌과 검찰 등 권력 개혁과 같은 공약을 실천 못할 경우, 더 이상 변명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남은 임기 2년은 문재인 정부 정권운영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기간이 될 것이다.
■ 대일관계 개선 움직임도
-여당 압승 결과, 문대통령의 대일강경자세 등으로 향후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되나?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임기후반 레임덕에 빠져,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반일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문대통령은 적어도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차기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문대통령이 일본과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양국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제징용자 문제를 한국이 양보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유화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할까?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지금까지 대북유화정책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입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한편 이번에 한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는 "한국은 국제적으로 더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시야를 더 넓혀, 지금까지의 북한 일변도에서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의 시선을 의식한 균형잡힌 외교를 전개해 나갈지도 모른다.
■ 2년 후 대선도 유리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이낙연 전 총리의 존재감이 커진 것은 틀림없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 전 총리의 입지가 탄탄하다고는 말하기 힘드며, 친문세력들과의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다. 이 전 총리가 낙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야당세력의 재건은 가능할까?
=선거결과를 보면, 일정한 지지기반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인재난은 심각한 수준. 당분간 재건을 위한 '당을 대표하는 인물'을 찾는데 온 힘을 쏟느라, 2년 후 대선을 신경쓸 여유조차 없을 것이다.
-4년 중임제를 포함한 헌법개정 실현 가능성은?
=권력체계의 근본과 관련된 문제이니 만큼,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헌법개정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는 국가운영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진보세력은 지금까지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세력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왔으나, 앞으로는 '혁신이란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프로필>
키무라 칸(木村幹)
코베대학대학원 국제협력연구과 교수, 법학박사(교토(京都)대학). 교토대학대학원 법학연구과 박사전기과정 수료. 전공은 비교정치학, 한반도지역연구. 정치적 지도자 인물상 및 시대상황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인을 해석. 수상작은 '남북한 내셔널리즘과 '소국'의식'(미네르바서방, 제13회 아시아태평양상 특별상 수상) 등. 최근 니가타(新潟)현립대학대학원의 아사바 유우키(浅羽祐樹)교수와의 공저 '속지않기 위한 '한국' 이 나라를 이해하는 '곤란'과 '부담''(고단샤(講談社)이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