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명단에 빠진 씨젠... 단타 노린 개미들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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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원 기자
입력 2020-04-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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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의 진단키트 개발업체 씨젠을 방문해 시약개발 현장을 시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씨젠에 투자했던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내놓은 코로나19 관련 진단키트 수출기업 정보 27개사 명단에 씨젠이 빠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 중인 씨젠이 공개에 동의하지 않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가뜩이나 최근 씨젠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매도 타이밍을 놓친 개미들의 실망감과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씨젠은 전 거래일보다 4.44% 하락한 9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주가는 지난달 31일(11만1100원)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만에 18.54% 빠졌다. 한때 씨젠 주가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지난달까지 285.35% 올랐었다. 이 기간 개인은 2661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씨젠 주가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세계적 모범사례로 인정받고 각국에서 한국산 진단키트 등을 공급해 달라는 요청이 밀려들면서 한층 불이 붙었었다.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진단키트 등 코로나19 방역물품 지원 요청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고 문 대통령이 다음날 씨젠 사옥을 방문하자 씨젠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은 연일 씨젠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EUA) 허가 목록에 국내 업체가 게재되지 않았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개미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씨젠 주식을 팔아치우게 됐다. 공교롭게도 매도 타이밍을 놓친 개미들은 주식 잔고만 들여다 보는 상황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지난달 말 외교부 발표 이후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있었는데, FDA 긴급사용승인이 나지 않으니 너무 혼란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9일 FDA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국내 업체 3곳의 진단키트 제품이 '잠정 FDA 승인'을 받았으므로 미국 수출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개인의 씨젠 매수세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씨젠, 부광약품, 코미팜 등 신용거래융자 비중이 높은 고베타(평균 이상의 변동성) 종목 접근에 대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용거래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원금과 이자를 갚는 방식이다. 만약 증시 회복이 지체되거나 주가가 일정 비율 아래로 떨어진다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매(반대매매)해 손실이 커질 위험이 있다.

일각에선 향후 씨젠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전 세계적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미 기존고객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씨젠이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씨젠의 주력시장이 한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높은 지역이라는 점도 여전히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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