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칼럼] 데이터거래 활성화로 데이터혁명에 방아쇠 당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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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입력 2020-03-3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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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코로나19사태에도 불구하고 열기를 더하고 있는 신산업분야의 하나로는 데이터산업을 꼽는다. 데이터 3법의 국회통과로 데이터 거래와 데이터사업이 유망산업의 선두주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연초 금융정책설명회 때 무려 1000여명이 몰린 이후, 각종 온라인포럼 중계마다 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특히 연초에 금융당국이 밝힌 ‘금융데이터거래소’의 운영계획은 금융회사, 핀테크업체는 물론 통신, 유통업계에도 핫이슈가 되고 있다.

금융데이터거래소란 뭔지 간략히 살펴보자. 금융데이터거래소란 한마디로 금융데이터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서 금융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은행이 입출금 거래 패턴과 대출 연체와의 상관관계를 모형화할 수 있는 익명 데이터를 거래소에 올리면, 신용평가 모형 개발 초기에 있는 핀테크사가 이를 활용하여 신용평가 모형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식이다. 여기서 데이터의 종류는 금융데이터거래소니까 물론 금융데이터가 중심이다. 하지만, 데이터 유통에 법적 제약(예: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만 없다면 금융, 비금융을 불문하기 때문에 통신, 유통 등 다양한 데이터들도 거래될 수 있다. 구조는 은행, 보험 등의 데이터 공급자와 금융회사, 핀테크기업 등 데이터 수요자가 금융데이터거래소라는 플랫폼에서 만나는 형태며 데이터 조회, 데이터 매칭, 계약, 결제 등의 과정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그럼 역할은 뭔가. 거래소인 만큼, 당연히 데이터 거래의 활성화 유도가 핵심이다. 다만, 시장에선 금융데이터거래소가 이제껏 없었던 데다, 데이터의 종류와 성격도 다양해서 거래소와 함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반적인 생태계(eco-system) 조성이 거래소 성패를 좌우할 거라고 말한다. 금융데이터거래소 청사진도 이를 반영해서인지 데이터 거래의 안전성을 위해 정보보안 전문기관인 금융보안원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내용 외에 금융업뿐 아니라 여타 산업도 참여하는 개방형 플랫폼,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유통가이드라인 수립 등 다양한 생태계 조성계획을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론 금융당국이 지난 1월부터 거래소, 유관기관, 데이터 수요‧공급자(금융회사, 핀테크 기업 등) 등으로 구성된 ‘금융분야 데이터 유통 생태계 구축 협의회’를 구성하였다. 협의회 아래 실무 작업반을 구성하여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그럼 국내외의 데이터거래시장을 살펴보자. 우선 해외는 미국·유럽·중국 등을 중심으로 데이터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는데, 특히 거래가 활발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데이터 거래규모는 2017년 기준 1500억 달러(약 180조원). 데이터 중개상(Data Broker)만 2500개 이상(2018년 기준)이고, 데이터 공급기업 수도 30만2810개(2017년 기준)로 유럽 28개국 전체를 합친 27만6450개보다 9.5% 많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초대형 IT기업부터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벤처기업까지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데이터를 사고팔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 중국은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데이터거래 활성화정책((2015년)에 힘입어 지난 5년간 연 25~30%의 급성장세라고 한다. 정부 주도로 설립된 ‘귀양 빅데이터거래소’와 민·관 공동으로 지원하는 ‘데이터 거래지원센터(상하이, 베이징, 선전)가 대표적이다. 특히 귀양 빅데이터거래소의 경우 알리바바, 텐센트 등 2000여개의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의 데이터 거래는 연 6조원 내외로 미국의 3% 수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약 7%임을 감안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특히 금융데이터거래는 그동안의 법적 제약 등 때문에 카드매출 데이터 외에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금융 제외)에 의하면 우리나라 데이터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3대 요인을 데이터거래제도 정비의 미흡, 기업 영업비밀의 노출 우려, 비합리적인 데이터가격의 순으로 꼽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해도 데이터 거래를 적극 활성화하기 위해선 장애요인 제거 등 다양한 생태계 조성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실제로 시장 일각에선 섣부른 데이터 거래로 인한 정보유출사고 우려 등으로 ’금융데이터거래소가 잘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나, 상대적으로 데이터거래포털 구축 등 투자여력이 부족한 소형사들의 경우 초기엔 관망하겠다는 입장도 있는 것 같다.

어떤 방안들이 있을까. 첫째, 앞서 언급한 대로 가능한 한 시장규모를 키우고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해선 금융권과 여타 산업을 연결하는 개방형 데이터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 다만, 이는 비금융권 업체의 적극적 참여뿐 아니라 데이터 거래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정부 부처와의 협력도 긴요하다. 둘째, 금융회사든 비금융회사든 기업 영업비밀의 노출을 꺼리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의 직접거래보다는 데이터 결합 및 가공을 통해 영업비밀 노출도 막고 데이터의 부가가치도 제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 결합 전문기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들 기관의 역할로선 이종 산업 간 융합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한다든지 여타 공공부문에서 운영 중인 빅데이터센터와의 협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셋째, 수요자와 공급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데이터가격 도출이 필요하다. 다만, 이를 위해선 유통가이드라인을 통한 데이터의 표준화와 규격화, 데이터의 가격체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몇 가지 시범사례를 통한 가이드라인 합의 유도가 바람직해 보인다. 넷째, 정부의 바우처사업을 활용한 정책적 인센티브 제공 등도 하나의 방안이다. 데이터 거래도 활성화하면서 핀테크스타트업, 중소벤처기업들의 데이터 구매를 돕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마켓메이커(market-maker)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만하다. 마켓메이커란 초기단계의 시장에서 거래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상품 즉, 데이터 수요 또는 공급을 연결해 줌으로써 가격과 거래형성을 돕는 일종의 앵커(Anchor) 시장참여자를 말한다. 증권업계에서 초기단계의 국채 유통시장을 형성할 때, 도입했던 프라이머리 딜러(Primary Dealer)가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켓메이커로서의 의무를 주는 대신, 인센티브(예: 데이터결합 전문기관 지정 등)도 제공해 줌으로써 앵커 시장참여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전문인력의 양성을 빼놓을 수 없다. 데이터의 결합 및 가공, 표준화 및 규격화 등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선 결국 인력양성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처럼 금융데이터거래소의 구축과 함께 다양한 생태계(eco-system) 조성이 이뤄지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첫째, 빅데이터산업의 육성에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거래는 워낙 빠르고 대량으로 일어나는 데다 개인의 소비, 투자형태, 위험성향 등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고 정확도도 대단히 높다. 따라서 금융데이터거래소를 통해 금융데이터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민간부문에서의 빅데이터 구축과 비즈니스모델 활용에 뛰어난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둘째, 인공지능(AI)산업의 성장발판 마련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인공지능은 과거의 ’룰베이스드(rule-based)’ 인공지능이 아니라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딥러닝(Deep Learning)에 기초를 둔다고 할 만큼 빅데이터의 양과 질이 중요하다. 특히 금융데이터는 다른 산업 데이터보다 정형화(structured)되어 있어서 양질의 데이터다. 따라서 금융데이터거래소를 통한 빅데이터의 조기구축은 그만큼 인공지능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거란 얘기다.

셋째, 다른 산업과의 비즈니스모델 융합 등 시너지효과도 대단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금융결제거래데이터는 금융데이터임과 동시에 해당 제품 또는 서비스의 소비자행동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기도 하다. 따라서 금융결제거래데이터 분석 활용으로 금융과 비금융분야의 다양한 사업모델 창출 등이 가능해져서 전 산업으로의 시너지효과(Spill-over Effect)를 얻을 수 있다. 아무튼 데이터혁명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디지털경제의 핵심이다. 데이터거래 활성화로 데이터혁명에 방아쇠를 당겼으면 한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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