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임금동결 되나"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본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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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03-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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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협의회에 "임협경과 공유" 공문 보내

  • 올해는 직접 개입 없이 조합원 확보 주력

  • 다른 계열사도 속속 출범…존재감 과시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이 설립 한달 만에 활동을 본격화 한다. 업황 악화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임금 동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거론되자, 기존 노조 역할을 대신하던 노사협의회를 대상으로 견제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설립된 삼성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삼성전자, 삼성화재 등 그룹 내에 연이어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다른 계열사에서도 노조가 존재감 과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1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련 산하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김정란·이창환 위원장 명의로 노사협의회에 공문을 보내 "2020년 임금협상에 대한 현재까지의 경과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는 것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임금협상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년의 경우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노사협의회가 직원을 대표해 회사 측과 기본급 인상률을 협상했다. 인상분은 3월 월급부터 반영됐다.

올해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회사 내부에선 2015년 이후 5년 만에 계열사 상당수가 임금을 동결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확산되고 있다. 노조 역시 "직원들은 2020년 임금 동결 등의 소문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머지않은 시점에 사측과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 요구를 할 계획"이라며 "임금 동결 등 직원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우리 노조가 향후 진행할 교섭에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내용의 협상을 체결하지 않을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임금 협상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는 사측과의 협상을 준비하기에 물리적인 시간이나 제반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노조는 올 한해 조합원 확보에 주력한 뒤 내년부터 임금 협상의 주체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사업장 출입구 등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을 배포하며 가입을 장려하는 중이다.

최근 삼성은 내부적으로 격심한 노무 환경의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으로 전·현직 임원 26명이 유죄 선고를 받은 이후 삼성은 '무노조 경영' 기조를 사실상 철회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또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표명해달라고 권고한 바 있다.

계열사 전반에서 노조 설립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제4노조가 공식 출범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삼성화재와 삼성디스플레이에도 각각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설립됐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노조를 결성하기 위한 기류가 감도는 중이다. 현재 노조가 설립된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 에버랜드, 에스원 등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설립 이후 최초로 개별 노조를 대상으로 임금 협상을 시작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1노조, 3노조와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두 노조는 임금피크제와 포괄임금제 폐지,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 인상 등을 요구하는 중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회사에 우호적이던 노사협의회가 노조와의 선명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로서는 부담이다. 노사협의회 역시 노조 안에 준하는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임금 협상이 예년에 비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노조를 인정하고 새로운 노사문화를 정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시기에 임금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 출범식에서 김정란(왼쪽)·이창환 공동 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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