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자들] 4년 만에 빈손으로 13억원 만든 38세 직장인…반지하 월셋방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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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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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사 9년·결혼 2년차에 모은 8000만원으로 4년 전 투자 시작

  • 입지 좋은 재개발 예정지 물색 후 대지지분 9평 반지하 매수

  • 정부 정책보다 한발 앞서 대출 받고 신축으로 갈아타기 성공

<편집자주> 우리는 한 해에 부동산 자산이 수억원씩 불어나는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의 땅에서 큰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적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그래픽 = 김효곤 기자]


“집을 살 땐 영혼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아니에요. 영끌을 넘어서야 해요. 없던 영혼도 사정없이(비속어를 순화했다) 긁어모아야 해요. 이자만 낼 수 있으면 내 돈이라는 마음으로. 그러려면 확신과 실행력이 필요하죠.”

아파트부자들 여덟 번째 주인공은 투자 4년 만에 8000만원을 13억원으로 만든 38세 대기업 직장인이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반지하 월셋집에 살던 대학교 1학년 시절로부터 계산하면 18년 만에 빈손으로 일궈낸 성공이다.

“부모님 도움 없이 서울살이를 시작하다 보니까 돈에 대한 집념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대학 가려고 올라와서 월세 25만원짜리 반지하부터 시작했으니까요.”

“투자에 대한 갈망은 입사 이후에 부동산으로 돈을 번 선배들을 보면서 생겼어요. 처음에는 서울에 집을 사는 건 나한테 꿈도 못 꿀 일이라면서 부러워만 했습니다.”

“운 좋게 시기를 잘 타거나 부모한테 받은 게 있어야 성공하는 거라고 여겼던 거죠. 가끔은 나만 돈이 없어서 돈을 못 버는구나라는 생각에 괴로웠어요(역시 순화)."

하지만 그는 결국 혼자 일어서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투자는 지난 2016년부터다. 입사 9년차이자, 결혼 2년차에 수중에 있는 돈은 맞벌이로 모은 8000만원이 전부였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한 해에 1000만원도 못 모은 셈인데, 학자금 대출에다 취업준비생 시절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진 빚을 갚았어야 했다.

당시 전략은 오피스텔(천호동 대우한강베네시티)에 전세로 살면서 자본을 불리고 무주택자 자격으로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에 도전하는 방향이었다.

지난 2018년 10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기 전만 해도 청약 이전에 주택을 처분하면 특공 자격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첫 투자물건을 물색한 결과, 성동구에 있는 모 재개발지역 대지지분 29㎡에 3억1000만원(취득세 등 포함)짜리 반지하가 눈에 들어왔다.

다수의 역과 학교, 녹지·수변공간이 가까운 입지에다 조합 운영실태를 보니 사업이 지연될 요소가 적다는 판단이었다.

“제 수준에서 어떻게든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봤어요. 조합 운영실태나 비대위 여부를 봤을 때 사업지연 가능성이 작았고, 조합장도 합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정비사업에 투자할 때는 입지 만큼이나 조합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따져야 합니다. 좋은 사업도 조합 내분으로 수년간 지체되는 사례가 태반이니까요.”

문제는 자금이었다. 수중에 있는 돈은 전셋집에 묶여있는 8000만원이 전부였고, 1금융권에서는 대출도 나오지 않았다.

“사고 싶다는 의지가 상당히 중요했어요. 어떻게든 이걸 사면 오른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미친 듯이 자금을 마련할 궁리만 하는 거예요. 만약 이때 포기했다면 지금 돈을 못 벌었겠죠.”

그는 새마을금고(2금융권)에서 매입할 물건으로 주택담보대출 1억5000만원을 받았고, 8000만원은 부모님 집을 담보로 빌렸다. 나머지 8000만원은 친구 도움을 구했다.

당시 한 달 이자만 150만원가량이 지출됐는데, 반지하 세입자(보증금 1000만원)로부터 월세 60만원을 받아 고정 지출액은 90만원 정도였다.

“부모님한테는 사정사정했어요. 투자에 관심 있고, 현금 많은 친구한테는 이익공유를 제안했고요. 정말 절박했거든요. 돈 빌려주면 향후 시세차익의 절반을 떼주겠다고 했죠.”

친구한테 빌린 돈은 2년 뒤 1억원으로 상환했다. 거주 중인 집의 전세보증금 담보 대출 4000만원을 은행에서 더 받고 2년 동안 모은 돈과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로 마련한 돈이다.

“나중에 집을 처분할 때 수익을 반으로 나누는 것보다는 빨리 갚아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대출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중간중간 힘들었을 때도 있었는데, 버티면 오른다고 믿었어요.”

재개발 예정지 반지하 집은 6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6월에 팔았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핀셋규제 방침을 밝혔을 때 규제 대상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11월 정부는 분양가 또는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강남권 및 성동구 등 27개동을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495개동으로 늘렸다.

“당연히 성동구가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될 거라 봤습니다. 재건축분담금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정비사업 수익률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수요가 몰릴 신축으로 갈아탈 전략이었죠.”

그는 2019년 11월 성동구에 있는 준공 3년차 모 신축 아파트 전용면적 59㎡를 12억원에 매수했다. 다수의 역과 초·중·고교, 한강이 도보권에 있는 알짜 입지다.

자금은 6억5000만원에 전세를 주고 재개발 반지하 매각 후 남은 3억9000만원과 최근 이사한 집(동대문구에 있는 10억원대 신축)의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받은 1억6000만원으로 마련했다.

정부가 시가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에 대한 민간보증(서울보증보험) 전세자금대출을 막기 세 달 전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공적보증(주택도시보증·주택금용공사)을 막자마자 은행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정부가 공적보증을 막자마자 규제에 구멍이 있다는 걸 찾아냈어요. 당연히 저 같은 사람들은 사적보증을 이용할 테고, 조만간 규제로 막힐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인 거죠.”

최근 매입한 전용면적 59㎡ 신축 아파트는 불과 3개월 만에 12억6000만원에 최고 실거래가를 경신했고, 현재 13억원 중반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자기자본 하나 없이 언제나 신축 전셋집에 살면서 적극적으로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한 결과다. 정부 정책에 주목하고 신속히 행동했던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남들 말을 듣되 자신의 확신을 믿어야 해요. 정부 정책이 나오면 꼼꼼하게 분석하고,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을 과감하게 하는 거죠.”

“돈 없어서 투자를 못 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그런 분들 보면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저도 하나도 없이 시작했잖아요. 중요한 건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모험을 감당할 수 있는 담력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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