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韓.日, 소탐대실(小貪大失)로 문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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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0-02-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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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나친 정치적 고려와 당장 경제적 손실에 눈이 어두워 화(禍) 자초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바이러스 공포가 중국의 일로만 여겨지던 것이 엊그제다. 그러나 졸지에 한국도 중국 못지않은 위험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조치들은 갈수록 더 늘어날 조짐이다. ‘차이나 강박증’이 ‘코리아 강박증’으로 번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내부에서 바이러스와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다른 나라들이 한국 혹은 한국인을 꺼리는 현상이 더 확산되면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엔 치명적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정부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방역과 관련한 안일한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문제를 이만큼 키운 건 무엇보다 중국인의 입국 금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133개 국가에서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데도 가장 지척에 있는 우리와 일본은 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감염자 수를 대폭 늘리고 있는 사정이다. 반면 초기부터 이를 시행한 미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은 감염 억제에 성공하고 있다. 일본이나 우리 정부가 중국인의 입국에 대해 미온적인 대처를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하나는 지나친 정치적 고려를 한 점과 다른 하나는 당장 경제적 손실에 대한 피해를 과대평가함으로써 비롯된 점이다. 결과적으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되고 있으며, 오히려 피해를 더 키우는 쪽으로 반전(反轉)되고 있는 판이다.

한·일 양국은 각각 최근 3년간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큰 낭패를 봤다. 2012년 중·일 간의 해묵은 영토(센카쿠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촉발한 중국의 일본 상품 불매 운동과 관광 제한 조치가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다. 3년이 지나서야 양국 관계가 정상 복원되는 곡절을 겪었다. 이 사이에 한국 상품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일본을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서고, 관광객이 한국으로 몰리는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반면 2017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우리에 대한 사드 보복은 역으로 중국 시장 내에서 한·일 상품 간 재역전이 벌어지고, 중국인 관광객도 한국 대신 일본으로 대거 몰려가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번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3년이 지난 올해에 경제 보복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기도 했다.

오는 7월 일본 도쿄에서 하계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다. 아베 정권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치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을 유치하려고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판이다. 작년 일본을 찾은 외래 관광객이 3000여만명이나 되고, 그중 30%나 되는 1000만명이 중국인이다. 이들의 일본 내수 시장 기여도도 무시하지 못한다. 일본이 ‘크루즈 방역’에 치중하면서 영토 내 진입을 억제하면 방역에 성공할 수 있다고 과신한 나머지 위생·보건 강국 일본의 체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최장수 총리로 탄탄대로를 걷는 아베 정권의 몰락 시나리오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3국 간 외교 채널 가동, 일시적 상호 국경봉쇄 및 공동방역 대처로 피해 최소화해야!

한국도 비슷한 형편이다. 일본 경제보다 해외 의존 비중이 더 크다는 점에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정치적 실리로 연결하려는 얄팍한 꼼수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경제적 이익 보전과 관련한 정부의 판단도 정확하게 과녁을 빗나갔다. 경제엔 공짜가 없고, 요행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만 입증된 셈이다. 우선은 감염 억제를 하는 것이 최대의 현안이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경제적 피해도 이미 위험 수위를 크게 벗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나 비즈니스 거래를 피하는 현상이 실물경제에서 불거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경제 규모는 글로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4%로 압도적이다. 글로벌 공급·가치 사슬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나오는 경제 예측기관들의 전망치를 보면 3국 경제의 1분기 성장률이 공히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발(發) 바이러스 경제의 공포가 발원지인 중국에 더하여 한국이나 일본에 충격적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되고 있는 것이다. 연간으로도 한국은 0%,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14억 인구 중국의 절반이 자가격리나 도시 봉쇄로 마비되고 있다. 경기 잣대인 중국 자동차 판매가 90% 이상 감소하고 있고, 스마트폰 글로벌 출하량도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이 지경에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자국의 방역 대책을 본받으라고 염장을 지른다.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 지나쳤다. 한·중·일 정부가 모두 입조심하고 진중하게 처신할 때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을 때다. 정치 혹은 경제적 계산이나 이해를 떠나 공동방역 대처에 정부 간 외교적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당분간 서로 국경봉쇄를 해서라도 최악의 위기는 넘겨야 한다. 그것이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얼기설기 얽혀 있는 3국 간의 제조업 공급망과 민간의 교류를 재확대할 수 있는 첩경이다. 안전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고, 경제는 3국이 공유할 가치이면서 민간이 지속해서 누릴 수 있는 공통의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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